역시 운도 좋아야 한다. 무명의 '루키' 정연주(19)는 OB가 될 뻔한 볼이 도로 턱을 맞고 되돌아는 행운에 힘입어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정상에 올랐다.

정연주는 15일 경북 경주의 블루원 보문골프장(파72 · 642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로 2위 서보미(30)를 1타차로 제치고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3000만원.

정연주는 14번홀(파5)에서 '2온'을 노리고 페어웨이우드로 직접 그린을 공략했다. 너무 잘 맞았는지 볼은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그린 뒤 카트도로로 향하던 볼은 카트도로의 바깥쪽 턱을 맞고 다시 반대쪽 그린 방향으로 튀었다. 이게 아니었다면 100% OB가 날 상황이었다. 정연주는 이 홀에서 5m 버디 퍼팅을 떨궈 공동선두에 합류한 뒤 우승까지 내달았다.

정연주는 데뷔 네 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말 시즌 개막전 현대차이나레이디스여자오픈에서 22위,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른 데 이어 현대건설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는 31위에 머물렀다. 그는 "뜻밖의 우승이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14번홀의 행운이 우승으로 연결된 것 같다. 신인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우승경쟁을 벌이던 롯데마트여자오픈 챔피언 심현화(22)는 16번홀(파5)에서 티샷이 당겨지면서 왼쪽 카트도로를 맞고 OB지역으로 들어가버렸다. 더블보기를 범하며 순식간에 2타를 까먹고 말았다. 17번홀(파3)에서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진 볼을 그대로 홀인시키며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18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1언더파 287타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타차 2위로 출발한 서보미(30)는 정연주와 막판까지 우승 경합을 벌였으나 17번홀에서 1.5m 파퍼트를 놓치며 3퍼트 보기로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렸던 김보경(25)은 3년 연속 이 대회 마지막조로 플레이하는 진기록을 세웠으나 이번에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샷은 괜찮았으나 퍼팅이 난조를 보인 게 패인이었다. 한창 우승경쟁이 달아오르던 12~14번홀에서는 3연속 보기를 했다. 결국 3오버파 75타,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임성아는 이날 13번홀(파3 · 155야드)에서 홀인원을 낚았다. 6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홀 8m 앞에 떨어진 뒤 구르다 우측으로 살짝 꺾이면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역대 한국오픈 9번째 홀인원이다. 임성아는 이날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 13위를 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고교생 국가대표 김효주(16 · 대원외고)는 전날 7타를 잃은 뒤 이날도 3타를 까먹고 합계 5오버파 293타로 공동 15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