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과감한 민영화 전제로 600억유로 신규 대출"
메르켈 "그리스 개혁 의지 입증해야 지원"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추가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긴축에 항의하는 그리스 노동계가 올해 들어 두 번째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독일 등이 추가 개혁을 지원의 전제로 요구하면서 그리스 정부가 새로운 긴축 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언론매체들은 추가 지원과 관련, 과감한 민영화 프로그램을 전제로 500억~600억유로의 신규 대출을 위한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양대 노총 동시 총파업 = 그리스 공공·민간부문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11일(현지시각) 임금ㆍ연금 삭감, 대중교통 공기업 구조조정 등 정부의 긴축 조치들에 항의, 24시간 동시 총파업에 나섰다.

이 파업으로 버스, 전차, 페리, 철도 등 그리스 전역의 대중교통 운행이 사실상 마비돼 큰 혼잡을 빚었다.

그리스 올림픽 항공과 에게 항공도 정오부터 4시간 동안 국제ㆍ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또 관공서의 민원 서비스 창구와 국립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국립병원도 비상체제로 운영됐다.

이외 민간 은행, 약국, 박물관 등이 영업하지 않았으며 변호사들과 엔지니어들도 파업에 동조해 양대 노총의 시위에 참여했다.

기자들도 24시간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이날 하루 뉴스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노조원들과 학생, 시민 등 2만여명은 이날 오후 아테네 도심 곳곳에서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하며 국회 앞 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날 시위는 수십여명의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과 버스정류장 등을 파괴하고, 이에 맞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서면서 산발적인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야니스 파나고풀로스 GSEE 위원장은 "우리는 1년 전 정부 조치들은 불공평하고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며 "오늘 불행히도 우리의 말이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대 노총 총파업은 올들어 두 번째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재정 긴축에 항의하는 동시 총파업을 모두 7차례 벌인 바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정을 맺은 작년 5월 이후 양대 노총 총파업 뿐만아니라 산업별, 회사별 파업이 끊이지 않는 등 노동계의 시위ㆍ파업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 그리스 언론 "500억~600억유로 추가 지원" = 이날 총파업은 구제금융 4차분 120억유로 지원을 앞두고 EU-IMF-유럽중앙은행(ECB) 실사팀이 재정 긴축 프로그램 이행을 점검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번 실사는 특히 유로존이 추가 지원을 위해 벌이는 실사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올리 렌 EU 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그리스 지원 프로그램에서 취할 다음 조치들에 대한 결정이 수주일 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렌 집행위원은 그러면서 EU-IMF-ECB 전문가팀이 아직 실사를 마치지 않은 만큼 추가 지원이 어떤 종류가 될지를 지금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그리스 최대 일간지 타네아는 이날 EU, IMF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1천100억유로와는 별도로 600억유로를 추가 지원받는 양해각서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새 협정의 핵심은 매우 과감한 민영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그리스 정부는 2012~2015년 국영기업 민영화와 국유지 매각 및 관리 효율화를 통해 모두 500억유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의결한 바 있다.

현지 경제일간지 이메르시아도 이날 유동자산과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500억유로의 신규 대출에 관한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EU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에서 내년부터 그리스 국채를 발행시장이나 유통시장에서 사주는 방안을 요청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애초 2012년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획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그리스 정부의 논리다.

이에 따라 EFSF가 담보 조건으로 500억~60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사주되, 과감한 민영화 프로그램 이행을 추가 지원의 전제로 삼고 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풀이했다.

이외 기존 구제금융의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도 추가 지원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베를린에서 기자들에게 "그리스의 안정과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입증될 때에만 우리는 연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추가 긴축과 개혁을 추가 지원의 조건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