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대표 제안 비대위' 거부

자유선전당 이회창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은 4.27 재보선 이후 `여권발 쇄신풍'으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이대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총체적 위기 상황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재보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선진당은 전국정당화의 길이 요원하고, 지역적 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세에 휘청거리는 등 당세가 나날이 위축되고 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도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보수 이념을 공유하는 한나라당이 비주류 황우여 의원을 새 원내대표에 선출하는 등 쇄신에 앞장서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당 안팎의 압박도 사퇴를 결심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예정된 수순 아니었나 싶다"면서 "당 내외적으로 쇄신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아온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선으로 물러난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백의종군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제안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案)에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당내 파열음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진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표직을) 관두면 관두는거지, 비대위를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것 자체가 당헌당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변웅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거부한 것으로, 이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에 대한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의 퇴진과 맞물려 충청권의 또다른 맹주인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선진당이 앞으로 충청권 분열 종식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심 대표도 "큰 틀에서 충청권 통합에 공감"하고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양당 간 합당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