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4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81건의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면서도 한 · EU FTA만 처리하지 않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본회의 안건으로조차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무능한 여당,무책임한 야당의 합작품이지만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실로 걱정된다.

여야가 '네탓 공방'을 벌인 것도 민망하다. 한나라당은 "2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물가안정,소득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가 눈앞에서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EU와 약속한 7월 발효를 위해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던 한나라당은 민주당 반대를 이유로 본회의 상정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당은 "4월 국회 비준안 처리가 불발돼 다행스럽다"는 논평을 내고 정부 · 여당의 보완 대책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는,논평 아닌 변명을 내놓았다.

손학규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는 FTA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매번 끝없는 보완대책을 요구하면서 법안 통과를 방해하고 있다. FTA 비준이 지연되는 데 따른 기회 상실이나 부작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정치논리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이런 무책임이 따로 없다.

국회는 한 · EU FTA 비준을 위해 오는 4일 이른바 '원 포인트' 국회를 연다고 한다. 여야간 어떤 밀약이 있는지 모르지만 군말 없는 비준안 통과를 새삼 부탁한다. 한 · 미 FTA 역시 조속히 매듭지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대체 국가의 긴요한 일을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부탁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