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사진)은 29일 "청와대가 결단해야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 · 27 재 · 보선 패배 이후 당내에서 커지고 있는'박근혜 역할론'이 성사되기 위해서는'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지금처럼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당이 모두 달려가는 시스템 아래에선 박 전 대표가 나설 자리도 없고 나서본 들 무슨 일이 되겠느냐"며"박 전 대표가 나서느냐 마느냐의 키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졌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청와대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사실상 당에 일임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청와대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이유로 '박근혜 역할론'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항상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고 지난 6 · 2 지방선거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때도 역할론에 대해 진정성없는 말만 무성하다 그냥 흐지부지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유럽 특사를 다녀온 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때 두 사람 사이에 그와 관련한 고민과 얘기가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고민이 있었다면 의미있는 대화가 오갈 것이지만 청와대가 여전히 '레임덕은 안된다'는 생각만 고집한다면 역할론은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내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총선이 닥쳐 있고 곧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에 친이 · 친박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 청와대도 당 지도부도 모두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표도 당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고민이 성숙되고 이게 공감대를 이뤄 실천력이 담보된다면 변화의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