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심하고 느린 그린에 일부 선수들 고전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 파72·7천275야드)의 느리고 굴곡이 심한 그린이 일부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의 영건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은 29일 열린 2라운드 7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지면서 10m가 넘는 장거리 버디 퍼트를 노렸다.

한참 동안 그린을 응시하던 노승열은 마침내 강하게 퍼팅을 했지만 볼은 홀 바로 앞의 둔덕을 넘으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퍼트마저 놓쳐 버디는커녕 보기를 적어낸 노승열은 결국 1, 2라운드 합계 10오버파 154타를 쳐 컷 탈락을 면하지 못했다.

이처럼 블랙스톤 골프장의 그린은 멀리서 보면 양탄자 같이 곱게 펼쳐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지뢰(?)가 숨어 있다.

게다가 그린 스피드가 느려 정상급 골퍼들도 평소대로 퍼팅을 했다가 볼이 홀컵 앞에서 멈추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전날 세계랭킹 1위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그린 스피드가 느려 힘을 주게 됐다"며 "평소 11피트 정도의 그린 스피드에 익숙한 데 대회장의 그린은 8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굴곡이 심하고 느린 그린 스피드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을 '타수 까먹기'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실제로 퍼팅 난조를 극복하기 위해 새 벨리 퍼터를 사용한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도 그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중간 합계 2오버파 146타로 동반 플레이를 펼친 노승열과 함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같은 조에서 친 더스틴 존슨(미국)은 재빨리 그린에 적응해 4개의 버디에 보기는 1개만 범하며 5언더파 139타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존슨은 오히려 "느린 그린의 덕을 봤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코스의 경사가 급하다. 그린 스피드가 더 빨랐다면 아마 선수들은 하루 종일 퍼팅만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스피드만 제대로 맞추면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이날 3타를 줄여 상위권으로 치고 나간 '장타자' 김대현(23·하이트)은 "그린 스피드가 느려서 플레이하기 좋았다"며 "하지만 스피드보다는 잔디의 결을 잘 봐야 하는 코스다. 약간의 착시 현상도 생겨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