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분당을(乙) 보궐선거 승리로 정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그것도 강재섭 전 대표라는 집권 여당의 거물을 맞아 압승을 거둠으로써 대권 가도에 희망등을 켠 것이다.

당장, 느슨했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과 사실상 분점했던 당권 지형도 손 대표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의 멍에를 벗은 것도 최대 수확 중 하나다.

지난해 전당대회 승리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계속돼온 정체성 논란을 말끔히 털어내면서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내 고만고만한 예비 주자 중 한 사람에서 명실상부한 대안후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야권 내 대선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 속에서 한 자릿수에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던 지지율이 반등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손 대표는 지난해 10월 전당대회 승리 직후 지지율이 15% 선까지 올랐지만 연평도 포격사태로 조성된 안보정국을 거치면서 10% 밑으로 미끄러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손 대표의 지지율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따돌리고 마의 20% 벽을 뚫는다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해온 대권 경쟁구도에도 격변이 올 수 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손 대표로선 박근혜 의원과 양강구도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고, 한 핵심 당직자는 "빠른 시일 안에 박 의원을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여야간 심각한 불균형 구도는 상당 부분 교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으로선 `불임(不姙)정당'이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정권탈환의 희망을 갖게 됐다.

당내에선 특히 분당이 고소득층과 영남 출향민 등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 대거 모여사는 곳이란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여기는 인식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손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세운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도 전국정당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제 더 이상 여야구도를 영.호남 지역대결로 규정짓기가 어렵게 됐다"며 "민주당으로선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곧 본궤도에 오를 야권 대통합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쥘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유시민 대표의 참여당이 김해을(乙) 선거에서 패하면서 한계를 노출함에 따라 야권연대 논의에서 손 대표로의 힘쏠림 현상이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