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택업체들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던 대구지역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5일 대구 산격2동 엑스코에서 개최한 '대구 · 경북권 부동산 투자설명회'에 500여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소진되고 있는 만큼 지역 주택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최근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른 도시형 생활주택도 주목대상이었다. 이번 부동산 투자설명회는 내달 2일 대전(대전컨벤션센터)에 이어 9일 부산(벡스코)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줄어드는 미분양 아파트

대구지역에서는 2008년 역대 최대 규모인 3만3553가구의 아파트가 준공됐다. 범어동 대공원 SK뷰의 분양가격이 3.3㎡당 11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것도 이때다. 이들 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할 만한 배후수요가 없다 보니 미분양이 급증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최근 꾸준히 줄고 있다.

실제 대구지역 미분양은 2008년 2만1000여가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말에는 1만3000가구,올 들어서는 1만가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김점수 LBA경제연구소 소장은 "건설사들이 2006년 이후 고가 · 중대형 아파트를 밀어내기식으로 공급하는 바람에 미분양이 급속히 쌓였다"며 "대구가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최악의 상태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오병관 씨(42 · 태전동)도 "주변에서 중대형 주택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준공 후 미계약 단지들이 할인 분양으로 많이 해소됐지만 악성 재고가 일부 남아 있다"며 "이들 물량이 얼마나 해소될지가 대구 부동산시장의 회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세…신규 분양도 재개

최근 읍내동 일대 보성 산호한양 아파트 등의 매매가격(전용면적 60㎡ 이하)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0만원가량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전용 60㎡ 이하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만 5.11% 상승했다. 김 교수는 "실수요자와 전세입자들의 관심을 끈 소형 주택이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미분양 해소 등으로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분양시장도 재개되는 분위기다. 대우 푸르지오(평리동),코오롱 하늘채(파동),포스코 더샵2차(봉무동) 등 4900여가구가 상반기 분양될 예정이고,2000여가구가 추가로 대기 중이다. 김 소장은 "상반기 공급 물량은 대부분 중소형 주택인 데다 재건축 등 기본 수요가 받쳐줘 분양 성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대구지역 수요자들이 다시 아파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주차 문제가 관건

참석자들은 도시형 생활주택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장외숙 씨(53 · 침산동)는 "주차 문제 때문에 대구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실제 대구에서는 주차장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통상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시설은 전용면적 60㎡당 자동차 1대다. 대구시는 법정 주차 대수보다 120% 이상을 설치하도록 하고,레저용 · 여성전용 · 장애인용 주차장 확보를 위해 법정 대수의 20% 이상을 자주식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구에서는 지금까지 449가구가 사업승인을 받아 다른 지역보다 적은 편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사장은 "대구는 서울 부산 대전 등에 비해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라며 "임대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서는 주차 규정을 좀 더 유연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박영신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