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부재는 과학 국력의 상징인 우주발사체(로켓)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두 번 연속 발사에 실패한 한국 첫 발사체 나로호(KSLV-1)의 재발사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근 열린 한 · 러 간 네 번째 실패조사위원회(FRB)에서도 양측이 실패 원인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평행선만을 달렸다.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주진 전 원장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낸 후 3개월째 공석이다. 기술 자립을 못하다 보니 겪을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과학관측로켓 'KSR-1,2,3' 시리즈를 만들어 발사하고 나로우주센터 건설 등 항공우주산업에 큰 공헌을 한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은 "성공적 로켓 발사의 관건은 대용량 로켓 엔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자력 발사는 상당 기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서해안에서 발사에 성공한 한국 첫 액체추진제 로켓 KSR-3 의 엔진 추력은 13t급, 그가 원장 재직 시 개발한 로켓 엔진 추력은 30t급인 반면 러시아에서 들여온 나로호 1단 엔진의 추력은 170t이다. 기술 격차가 큰 셈이다. 그는 "우주개발 예산은 전향적인 편성이 필요하며,단기적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구조에서는 기술자립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작년부터 시스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던 KSLV-2(한국형 발사체)의 올해 예산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1000억여원을 받아야 하는데 315억원으로 줄었다. 또 올해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가운데 인공위성개발 · 우주핵심기술개발비는 769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6.2% 줄었다. 총 1조5000억여원이 투입될 예정인 KSLV-2는 로켓기술을 국산화해 2018년께 위성을 발사하려는 프로젝트다. 1단 75t급 액체추진체 4개, 2단 75t급 액체추진체 1개, 3단 5~10t급 액체추진체 1개 등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2020년 발사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교과부는 항우연 발사체본부를 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외부 전문가를 단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런티어사업단'처럼 산 · 학 · 연 협력이 용이한 체제로 만들어 핵심기술 개발에 전력하겠다는 것이다.

우주개발사업만은 총사업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국가재정법상 예외'를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기존 정부조직과 예산행정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 체계를 갖춰야만 로켓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역학관계도 로켓 기술 자립을 방해하는 이유다. 로켓 기술은 기술이전이 상당히 까다로운 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제약이 심하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남궁 덕 중기과학부장(팀장),이건호 차장(지식사회부) · 주용석 · 이정호(경제부),유창재(국제부),박동휘 · 김현예(산업부),이준혁 · 이해성 · 정소람(중기과학부),서기열(문화부),강현우(지식사회부) 기자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