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미분양 노려라] 속속 팔리는 미분양, 집값 상승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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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양동에 사는 정창국 씨(43)는 '미분양 아파트 예찬론자'다. 6년 전 가양동에서 미분양 아파트로 내집을 장만한 뒤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최고점에 비해 5000만원 이상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융자에 따른 금융비용과 취득세 재산세 등을 감안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전세난 걱정 없이 내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점도 큰 위안거리다.
정씨는 "지하철 9호선 개통,마곡지구 개발이란 호재를 겨냥해 미분양을 구입했다"며 "최근에는 LG그룹이 마곡지구에 연구 · 개발타운을 조성한다고 하니 호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목적이라면 시세차익이나 환금성을 더 따져봐야겠지만 실수요자라면 미분양을 내집 마련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부족으로 향후 집값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는데다 지방에선 부동산경기 회복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고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가 올해 안에 폐지되면 상한제 적용을 받아 공급된 미분양 물량의 가치가 재발견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집값 상승 예측이 관심 키워
미분양 아파트와 집값 전망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면 좋은 입지에서도 미분양은 나올 수 있다. 반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면 미분양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소진된다.
최근 지방 부동산경기 호조로 지방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 2월 말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총 5만3171가구로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방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2008년 12월의 13만9000가구에 비해 약 62% 줄어든 수치다. 부산 창원 마산 등 부동산 훈풍의 진원지는 물론이고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미분양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미분양은 2008년 12월 1만3000여가구에서 지난 2월 말 현재 772가구로 급감했다.
정부가 향후 주택가격 상승을 점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이다. 정부는 '3 · 22 부동산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 대외비 자료에서 "주택 매매가격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에도 공급물량 부족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55만6000가구가 공급되던 것이 작년엔 38만7000가구 공급에 그치는 등 민간주택 건설 위축으로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시장에서 보듯 주택공급 부족이 변수로 떠오르면 잠재해 있던 실수요와 가수요가 매수세로 즉각 전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양 조건보다는 입지 중요
건설사들의 현금유동성 확보 노력도 미분양 아파트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분양가를 직접 20% 할인해 주는 단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계약금 5%에 바로 입주한 뒤,중도금과 잔금을 나눠 내도록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기 수원시 권선자이e편한세상의 경우 계약금 5%(4400만원)에 중도금 60% 무이자 융자 혜택을 준다. 고양시 일산자이는 계약금 20%를 내고 입주한 뒤 중도금을 3년에 걸쳐 내고 잔금납부는 그 뒤 2년간 유예해 준다. 일산위브더제니스에선 '매달 70만원 교육비 지원'이란 혜택을 줘 눈길을 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의 분양 조건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당초 분양가 수준과 입지,주변 공급여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별내지구 등 유망 택지지구,서울 도심 재건축,지방의 대규모 택지지구 등에서 나오는 '알짜 미분양'인지를 확인해보라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주변 아파트의 직전 고점 가격과 미분양 단지 분양가를 비교해 가격 메리트가 얼마나 있는지 따져야 한다"며 "향후 공급이 줄어들 지역,부도가 나지 않을 건설사가 지은 단지인지 여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 많은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의 경우 전체 미분양의 약 70%,지방은 50%대가 중대형 아파트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정부가 '2 · 1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지만 중대형 아파트로는 임대를 놓기 쉽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분양 단지가 있는 지역에서 앞으로 중대형 임대수요가 있을지를 면밀히 체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