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수직계열화의 힘'…美 점유율 '魔의 10%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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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공장 110% 가동…'나 홀로 질주' 비결은
고품질 이미지 확산, 럭셔리카 시장서도 돌풍
3월 판매 10만대 넘어
고품질 이미지 확산, 럭셔리카 시장서도 돌풍
3월 판매 10만대 넘어
현대 · 기아자동차의 미국 법인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공장을 풀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의 일본 대지진 여파로 GM 크라이슬러 포드 도요타 등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지진 여파에 따른 생산 차질이 4월부터 판매 시장에도 본격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현대 · 기아차의 미 시장 점유율은 9%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품조달에 있어 GM 방식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아니라,현대차식 '수직계열화 서플라이 체인'이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월 시장점유율 9% 넘어설 듯
미국 자동차 시장이 본격 되살아난 지난 3월.현대차는 6만1873대를 팔아 월별로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일본 등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신장률이다. 기아차도 옵티마 판매가 90% 늘어난 데 힘입어 4만4179대를 기록했다. 그 결과 현대 · 기아차의 3월 미 시장점유율은 8.5%를 기록했다.
닛산 혼다도 3월 중 20%대의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도요타는 마이너스 5.7%로 주저앉았다. 도요타의 미 시장 점유율은 14.1%로 떨어졌다.
4월 중 현대 · 기아차와 도요타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좁혀질 전망이다. 도요타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현대 · 기아차는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이 최근 연장 · 잔업 근무에 들어갈 정도로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관계자들은 "매장을 확대하려는 딜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포드 미쓰비시 등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던 딜러들도 최근 현대 · 기아차 브랜드 단독딜러로 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중형에서 럭셔리까지 돌풍
현대 · 기아차는 올 1분기에 미국 준중형차 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반떼(미국 브랜드명 엘란트라) · 쏘울 · 포르테의 판매량이 8만1423대를 기록해 도요타(8만1418)를 근소한 차로 제친 것이다. 현대 · 기아차의 준중형 차량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9년 12.5%에서 2010년 15.7%로 상승한 뒤 올 1분기에 16.7%로 올랐다.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신형 아반떼를 '가장 우수한 소형차'로 선정했다.
프리미엄,럭셔리 카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출시한 최고급 세단 에쿠스는 당초 판매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네시스도 21개월째 판매증가세를 지속했다. 프리미엄 럭셔리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6%를 넘어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현대차는 저가차를 양산하는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지난 수년간의 품질향상과 고품격 서비스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서서히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 11일 "현대 · 기아차가 스팀롤러(도로공사용 중장비)처럼 압도적인 기세로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평가하며 '올해 미 자동차 시장의 승자'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부품 수직계열화 위력 발휘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과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현대 · 기아차에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뿐 아니라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메이커들도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높다. 이는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현대 ·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를 비롯해 SL 평화정공 세종공업 등 비계열 부품업체들까지 '수직계열화' 방식의 부품조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도 부품업체와 동반진출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GM과 도요타 공장이 부품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의 기아차 공장이 풀가동하고 있는 것은 현지에 동반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들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