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촉발된 KAIST 사태가 이번 주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KAIST는 11일부터 학과별로 이틀간 수업을 중단한 뒤 12일 오후 서남표 총장과 학생 간 토론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KAIST에 따르면 대학 측은 이번 주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사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KAIST는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은 뒤 오는 15일로 예정된 긴급 임시 이사회에 올릴 학칙 개정안 등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11,12일 수업을 일시 중단한 채 학과별로 교수와 학생 간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자살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열린 총장과 학생 간 간담회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만큼 12일 다시 대화의 시간을 마련,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KAIST 게시판 '아라(ARA)'는 이날도 서 총장의 개혁 정책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교수협의회장을 지낸 한상근 수학과 교수는 "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며 "영어강의는 교수와 학생 간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 버리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KAIST에는 다양한 인재가 있는데 모든 학생을 모범적 석학으로만 키워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단기간에 엄청난 과업을 이루려는 '하버드 병' 혹은 'MIT 병'이 화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서 총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올라왔다. 복학을 앞둔 한 학생은 "일정 학점 이상을 받지 못한 학생에게 학비를 부과하는 것이 왜 잘못된 정책이냐"며 "스스로 죽음을 택한 학생들은 서남표식 개혁의 희생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학교가 정신병원처럼 그려지고 학생 모두 언제 자살할지 모르는 위험요소로 취급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자살한 학생들 모두가 등록금이나 영어강의,억압된 학교 분위기,총장 때문에 죽은 패배자처럼 매도되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오는 15일 긴급 임시 이사회에 이어 18일에는 임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잇따른 학생 자살과 관련한 대책을 보고한다. 국회 교과위는 서 총장으로부터 KAIST 업무 및 현안을 보고받은 뒤 학생 자살 사태에 대한 책임과 대책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KAIST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감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감사는 법령에 근거해 이뤄지며 위법 사항이 있어야 할 수 있다"며 "학생 자살은 생활지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