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을 잡아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근 대한통운 인수추진팀에 내린 특명이다. 이를 통해 CJ GLS가 이끌고 있는 물류사업 부문을 '아시아 톱'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CJ그룹 중 · 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CJ㈜의 이관훈 대표(사진)도 지난 주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통운과 CJ GLS는 생산업체와 판매업체를 잇는 외부 회사인 제3자 물류 전문기업으로는 국내 1,2위"라며 "두 회사가 손잡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통운 인수자금을 전액 그룹 내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캐시(현금)로만 1조원 이상을 갖고 있고 연간 현금창출능력(EBITDA)도 1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대한통운 본입찰 때 재무적 투자자를 넣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 확보할 수 있는 자금만 해도 1조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2015년까지 물류 부문의 연 매출을 10조원 선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외 매출을 합칠 경우 대한통운(2조5000억원)과 CJ GLS(1조4000억원)의 외형은 3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대표는 "2015년 매출 10조원으로 '아시아 물류시장 톱5'에 진입하기 위해 싱가포르 어코드를 인수했던 것처럼 국가별로 시너지를 낼 만한 물류업체를 추가로 사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 물류시장에서는 니폰익스프레스 야마토 등 일본 업체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것은 물류사업 내용상 겹치는 부문이 적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CJ GLS는 공급망 관리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보관 · 배송 분야에 강하고 대한통운은 운송 · 항만하역 등에 강점을 갖고 있어 두 회사 시스템을 통합하면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석 CJ GLS 경영지원담당 상무는 "대한통운은 곡물 사료 철강 자동차 등의 업체가 주요 고객군인 데 비해 CJ GLS는 전기 전자 자동차부품 소비재 등의 업체 물량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차별점 때문이라도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물류 · 유통을 식품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과 함께 그룹의 4대 주력 사업의 하나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물류 전문인력 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당위성과 관련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물류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등 물류 선진국에선 물류업체가 자체 계열사 물량 이외의 외부 물량 취급 비중이 7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50%에 그치고 있다"며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은 국가 전체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류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추세와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물류 선두권은 글로비스 대한통운 범한판토스 CJ GLS가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계열사 이외 외부 물량을 주로 취급하는 물류 전문기업으로는 대한통운과 CJ GLS가 꼽힌다. 두 회사의 계열사 물량 처리 비중은 지난해 20% 선이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는 CJ 외에 포스코와 롯데그룹이 참여했으며,내달 13일까지 최종 입찰을 거쳐 같은 달 16일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