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했다. 은행 예금금리는 연 4%대 초중반 수준인데 물가상승률은 4.7%에 이르고 있어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밑지는 시기라는 얘기다. 때문에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눈을 돌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가정의 재테크를 책임지는 여성의 경우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성우 신한은행 김포공항지점장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세 가지 재테크 전략을 소개했다. 우선 '유행을 따라 몰려다니지 말라'는 권고다. 어떤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섣불리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다. 오 센터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유행을 만들고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재테크 측면에서는 꼭 옳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패턴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그는 대신 투자자에게 많은 배당금과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명품 주식'과 분산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자산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 센터장은 "투자 자산 비중은 100에서 자기의 나이를 뺀 만큼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30대 여성이라면 투자 자산과 저축 자산 비중을 70 대 30으로 배분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는 "'발품' 대신 '넷품'을 팔아보자"는 것이다. 옆집 아주머니나 친구로부터 재테크 코치를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발품 대신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직접 쌓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특히 보험상품의 경우에는 여성이 보험회사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다가 나중에 손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재테크 정보가 모인 경제신문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재테크 카페에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 지점장은 "여성은 남성보다는 과감한 결단을 잘 내리는 편"이라며 "경제적인 지식만 쌓는다면 이것저것 따지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남성보다 훌륭한 재테크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절세에 눈을 돌려라"는 주문이다. 김 지점장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부동산 분야는 남성 고객보다 여성 고객의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 같다"며 "빚 갚는 것도 여성이 더 잘하나 절세 부분은 남성이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은 절세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 센터장은 "현대 여성은 돈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재테크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며 "결국 여성의 재테크도 지적 수준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 가지 재테크 전략에 앞서 아내들이 통장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내들이 통장을 관리하면 남편들의 과소비를 제어해 재테크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가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