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불리는 능력은 흔히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한다. '재테크 왕'보다 '재테크 여왕'이 친숙하게 들리는 이유다. 유독 투자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설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근거없이 들리는 이 통념은 사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즉 뇌 구조와 기능의 차이에서 오는 논리적 판단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식투자 여자가 낫다"

남녀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기 전에 우선 여성이 남성보다 실제로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개인퇴직계좌(IRA) 가입 고객 27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2009년 남성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매도 단가는 여성에 비해 10%가량 낮았다. 여성 투자자들은 급락장에서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대규모 매도)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손실을 덜 봤다는 의미다.

반면 2009년부터 시작된 강세장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늦게 주식투자를 재개했다. 섣부르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분석 결과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뱅가드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남성은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는 것과 달리 여성은 △조언에 귀기울일 줄 알고 △인내심이 강하며 △실용적인 판단을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들이 잦은 매매로 수익률을 갉아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브래드바버 교수 연구팀이 3만5000명 이상의 투자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 동일 조건 아래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거래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소비한다는 의미다.

◆여성형 뇌 vs 남성형 뇌

남녀의 투자 성과가 다른 이유는 위험을 인지하고 의사를 결정할 때 전혀 다른 사고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남녀가 뇌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남성의 경우 수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돼 있는 반면 여성은 감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우뇌가 더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우뇌의 활성화는 '위험회피 성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손영숙 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우뇌에 신경세포가 더 많은 사람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낯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지향하는 이유다.

또 여성들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의 크기가 남성들보다 크다. 뇌반구 중간에 위치한 이 신경섬유 다발은 좌뇌와 우뇌에 입력되는 정보의 교류를 보다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정보를 처리할 때 좌우 반구의 신경세포를 모두 이용한다. 구조적으로 여성들은 더 많은 변수를 인지하고 이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직관에 기대 투자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전문가 멘트나 분석자료 등 외부 정보에 의존하고,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이처럼 뇌 기능의 분화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성이 성급하고 공격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데는 호르몬의 영향도 크다.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은 수학적 처리 능력을 높이는 한편 뇌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분석자료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금융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있어 위험을 더 많이 수용하고,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