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업체의 증시 입성과 강화된 상장폐지실질심사 등으로 3년째 상장사들의 증시 퇴출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솎아내고 솎아내도 퇴출기업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대표이사의 자살까지 부르는 비극이 초래됐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회계감사로 상장 폐지될 업체는 올해도 30곳 안팎으로 추산된다. 횡령ㆍ배임 등이 발생해 수시로 이뤄지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제외하고, 순수하게 3월 회계감사만 집계한 것이다. 3년간 무려 100개사가 넘게 된다.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업체는 22개사,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업체 16개까지 더하면 최대 38개사까지 될 수 있다.

심각한 실적 부진만 아니면 감사의견 `적정'을 받던 관례가 사라지면서 첫 충격을 준 것은 2009년. 2009년 회계감사로 퇴출된 곳은 2008년 16개사에서 40개사로 갑절로 늘었다.

기본적으로는 자격 미달사가 코스닥시장에 손쉽게 들어온 게 문제고, 중소기업 불황과 부실한 상장관리도 대규모 퇴출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상장유치에만 힘을 쓴 나머지 쉽게 상장을 허용했고, 우회상장이라는 길로 부실회사들이 코스닥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거래소는 중국고섬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문제기업을 진입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전 사후관리 모두 부실했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007년 11월 상장한 씨모텍은 ‘T로그인’ 등 무선모뎀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시키는 등 유망 무선 데이터카드 모뎀 제조업체로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1306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다 영업이익도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담당 회계법인이 최근 회사의 투자 및 자금 관리 취약으로 자금거래의 실질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의견거절을 내 퇴출 위기에 몰렸다.

2009년 11월 씨모텍의 경영권을 인수한 나무이쿼티는 전기차 사업 참여 선언과 줄기세포 등 바이오업체 제이콤 인수, 제4이동통신 참여 선언 등 신사업 진출과 다른 기업 인수합병(M&A)에 주력했다.

시장에서는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이유가 회사의 실제 재무상태가 다른데 있고, 이는 사실상 횡령 혐의 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특히 우회상장 등으로 부실한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하고 무리하게 신사업에 진출한 것도 무더기 퇴출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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