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코리아 발대식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은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 및 배치와 관련된 시스템 전반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 · 중등교육 단계에서는 입시 위주의 경직된 과학 · 기술 교육 커리큘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이 나왔다. 현행 교육제도 아래선 창의성 중심의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공계 출신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국서 뽑은 엔지니어를 사무직으로?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는 미래가 없다'는 게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기업에서 '별'로 통하는 임원들을 보면 엔지니어 출신이 많다"며 "오히려 엔지니어 출신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지방 공장 근무 기피현장에서 찾았다. 정 부회장은 "다들 연구 · 개발(R&D)에서 R만 하려 하지 D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수원을 경계로 그 밑 공장에 배치되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모르는 엔지니어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해외 인재 활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미국 IBM이나 델에서 뽑아온 연구원에게 사무직인 연구실장을 맡긴다"며 잘못된 인사정책을 꼬집었다.


◆덩샤오핑의 취임 일성은 과학기술

김신배 SK 부회장은 엔지니어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덩샤오핑이 1980년대 중국에서 가장 먼저 부르짖었던 게 과학기술이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수시로 엔지니어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한강의 기적과 중국 대도약의 공통점은 엔지니어를 영웅시했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과학기술인 모임인) 엔지니어클럽의 멤버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한 사람인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과 관련해선 "재미가 있어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공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커리큘럼 중심의 교육과정을 목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학을 입학하면 졸업하기 전 어떤 기술을 완성할지를 묻고 이를 위한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일을 통해 공부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목표가 분명하면 공부는 저절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출신에게 초봉 더 줘야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우리 세대 때는 취직이 잘된다는 점만으로 이공계가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공계 출신을 사회 진입 초기 단계부터 우대하는 미국식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미국 인문계 출신의 대졸 초임은 연봉 기준으로 3만~4만달러 선이지만 이공계 출신은 수학 물리 화학 등 어려운 공부를 해 온 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5만~6만달러가량을 준다"고 설명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일찌감치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교육 시스템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 · 고교 시절에는 과학에 대한 소질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드물다"며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허물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스트롱코리아 2011 자문위원 <가나다순>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 학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김신배 SK 부회장,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 원장,김준영 성균관대 총장,김한중 연세대 총장,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박상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박영아 국회의원,백성기 포스텍 총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수원 특허청장,이희범 경총 회장,임덕호 한양대 총장,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정연호 원자력연구원 원장,정윤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진병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최종태 포스코 사장(이상 참석자)

권오경 한양대 공대 학장,권오정 성균관대 의대 학장,김병철 고려대 총장,김영길 한동대 총장,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변대규 휴맥스 사장,변재일 국회의원,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서상기 국회의원,안철수 KAIST 석좌교수,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양웅철 현대자동차 사장,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영하 LG전자 사장,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임정기 서울대 의대 학장,정준양 포스코 회장,허창수 전경련 회장,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존 우드 런던대 교수,하인리히 벨토프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