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총칙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판사 작량감경 제한…보호감호 재도입

이르면 2013년부터 해외에서 테러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국내에 잠입했다 적발되면 우리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또 고무줄 판결, 전관예우 등 폐해를 없애고자 법관의 '작량감경(酌量減輕)'을 제한하고 흉악범 재범 방지를 위한 일종의 보호감호제가 재도입된다.

법무부는 세계주의 신설과 작량감경 제한, 신개념 보호처분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형법 총칙 전면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테러범 처벌 근거 = 국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주의' 규정이 신설돼 폭발물 사용, 통화ㆍ유가증권 위조, 약취ㆍ유인 등은 우리 영토 밖에서 저지른 범죄라도 국내 형사사법기관에서 처벌할 수 있다.

현행 형법의 '국외조항'은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우리 영토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범죄만 처벌할 수 있는데, 범위를 해외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범행까지 넓혀 국내에서 범인 신병만 확보되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과 서방 각지에서 폭탄 테러를 자행해 인명을 살상한 알 카에다 조직원이 국내에 도피해있다 적발되면 바로 체포ㆍ수사해 재판에 넘길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선박ㆍ항공기 납치 같은 범죄도 각칙 개정을 거쳐 우리 수사기관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을 처벌한 근거는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적용하는 현행 형법 국외조항이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 경계 = 기존 형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던 작량감경 요건을 명확히 해 법관이 재량으로 형량을 낮출 여지를 줄였다.

감경 요건에는 ▲범행동기 참작 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때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회복된 때 ▲자백 등이 명기됐다.

그동안 법원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거나 질병ㆍ우울증, 낮은 재범 가능성, 음주 등 다양한 이유로 피고인을 선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자의적 감경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령, 지병 등을 내세워온 비리 기업인이나 공직자 처벌이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살인ㆍ강간범 등 흉악범에 한해 상습범ㆍ누범 가중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호감호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과거 보호감호제가 거의 모든 범죄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인권침해 논란을 낳았던 만큼 방화, 살인, 상해, 약취ㆍ유인, 강간 등으로 한정했다.

대상 범죄를 3회 이상 저질러 징역 1년 이상 받거나 형 종료 뒤 5년 이내 또다시 1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을 때 등에 한해 보호감호 처분이 내려지도록 요건을 제한했다.

◇벌금형도 집유 도입 = 현행 형법에 공범ㆍ교사범 규정만 있고 실제 범죄를 주도한 정범 규정이 없는 점을 보완해 "스스로 죄를 범한 자는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수사단계에서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게 적용되는 공소시효 정지와 마찬가지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이 외국에 체류할 때 형의 시효가 정지되도록 했으며, 몰수ㆍ추징금 시효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올렸다.

금고 등 실제 활용되지 않는 벌을 폐지해 사형, 징역, 벌금, 구류 4가지로 간소화하고, 서민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부작용을 없애고자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집행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이밖에 청각장애인에게 무조건 형을 감경하도록 한 규정과 위헌 결정이 내려진 혼인빙자간음 규정은 삭제됐다.

법무부는 작량감경 제한과 형 시효 정지 등은 하반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시행하고, 세계주의나 신개념 보호처분 등 관련 법령 제ㆍ개정이 필요한 규정은 공포 2년 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작량감경 = 범죄의 정상(情狀)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의 재량으로 행해지는 형의 감경으로, 법률 규정에 의한 법률감경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송진원 기자 cielo78@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