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리비아 공습..서방 "효과적" 자평
카다피 측 장기전 의지 천명..러.중국 공습 비판
NYT `작전목표' 의문 제기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방이 지난 19일 시작한 1차 공습으로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시킨데 이어 21일 오전 리비아 정부군의 병참지원 라인을 끊기 위한 2차 공습을 단행했다.

연이은 공습으로 리비아 정부군이 동부의 반군거점인 벵가지로의 진격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은 공습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리폴리에 있는 자신의 관저가 거의 완파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의 아들 세이프 알-이슬람은 "아버지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국, 아랍연맹(AL) 등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 사용과 민간인 희생 등을 이유로 공습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프가니스탄전의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 내부에서 이번 작전의 목표를 놓고 내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영국군 2차 공습에 선봉 = 존 로리머 영국군 소장은 20일(현지시각) 이메일 성명을 통해 "영국이 두 번째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중해에 있는 트라팔가급 잠수함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영국 군 외에 덴마크의 F-16 전투가 4대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군기지에서 리비아 상공을 향해 출격했으며 이탈리아도 8대의 전투기가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고 있다.

카타르도 아랍권에서는 최초로 서방의 군사작전 대오에 전격 합류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빌 고트니 해군 중장은 1차 공습 후인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이 카다피 정권의 대공망을 와해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벵가지가 아직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공습후 이 지역에 있는 카다피 군이 고립되고 혼돈에 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국영 TV는 카다피의 트리폴리 관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고 20일 보도했다.

미사일 1발이 카다피의 트리폴리 관저를 거의 완전히 파괴했으며, 이 관저와 함께 카다피가 사용하는 밥 알-아지지아 요새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리비아의 보건당국의 한 관리는 서방의 공습을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아랍국가에 대한 최대의 내정간섭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공습으로 6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리비아군은 서방의 1차공습이 시작된 후인 20일 오후 9시(현지시각)부터 즉각적인 휴전을 준수하도록 모든 부대에 명령했다고 밝혔으나 이후에도 교전은 계속됐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AFP등 외신들은 정전이 발표된 후부터 40분간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에서 산발적인 폭발과 중화기 발포음이 계속 들렸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비아 서부의 마지막 반군 거점 도시인 미스라타에서도 전투가 벌어져 이 도시 외곽에 있던 리비아군 기지가 19일 공습을 받은 이후 정부군 탱크들이 이곳에 진격해 들어왔다.

카다피의 아들 세이프 알-이슬람은 20일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에 놀랐다"면서도 카다피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다피는 이날 새벽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육성 메시지에서 서방의 군사작전을 `리비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20일 서방의 대(對) 리비아 공습 과정에서 48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무차별적 무력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군사개입 반대목소리..美내부 논란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과정에서 기권했던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 국가들도 서방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서방의 군사작전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처음에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유엔 안보리에 촉구했으나 20일에는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을 통해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작전을 비판했다.

미국 내부의 기류는 단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번 공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군사작전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들에게 이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AP가 21일 전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번 군사작전을 수행하는데 두드러진 역할을 계속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수일 안에' 작전 권한을 다른 나라들로 이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정부가 제공권을 빼았겼지만 지상에서의 항전의지가 만만치 않아 자칫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미국내에서는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이번 군사작전은 가장 근본적 질문에 제대로 답하고 있지 못하다"며 "단순히 리비아 국민을 정부로부터 보호하는데 작전의 목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주전 공언한대로 카다피가 권좌에서 떠나는데 있는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 대변인인 고트니 중장은 이날 "우리가 카다피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