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은 미국의 원전 산업에도 당장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적인 원전정책도 논란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수 원전이 1970년을 전후해 건설돼 가동 기간(40년)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공포'로 노후 원전의 가동 인가기간 연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105기 원전중에서 23기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모델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마크1(Mark1)형 원자로이며, 뉴저지주 오이스터 크릭, 뉴욕주 나인마일 원전 2개는 1969년에 건설돼 가장 오래됐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금까지 40년이 지난 마크1형 원자로 17기를 포함해 모두 62기의 원전 가동 기간을 20년씩 연장 허가를 해왔다.

가동 기간 연장 허가신청이 반려되거나 취소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사고로 이 같은 흐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분석했다.

원전 건설을 지지하고 있는 연방정부에서 가동 기간 연장을 허가한다 해도, 환경론자들과 지역 여론을 의식한 주 정부 차원의 정치가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버몬트주 상원은 오는 2012년 만료되는 버몬트 양키 원전의 운영 인가기간 연장안을 부결시켰다.

원전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과 지난 2007년 냉각탑이 파손되는 사건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여론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이 문제는 버몬트주의 미제 사안이었지만 NRC는 "후쿠시마 원전 지원을 위해 전문가들이 파견돼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버몬트 양키 원전 인가 연장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전 소유주인 엔터지사는 아예 원전 매각 검토 의사를 내놓았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도 후쿠시마 후폭풍이 일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의회는 듀크 에너지사의 신규 원전 건설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들이 일정한 비용을 분담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법안 처리를 유보했다.

이에 따라 듀크 에너지사로서는 원전 건설 비용 부담이 높아져 신규 원전건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디애나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추진됐지만 주 상원은 "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일본 사태를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처리를 유보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NRC가 설사 40년된 노후 원전의 가동 기간 연장을 허가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성 강화 등을 이유로 노후 장비 교체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강화할 경우 원전 소유회사들은 비용 부담때문에 원전 투자를 중지할 수도 있다.

이미 엑셀론사는 NRC가 뉴저지 오이스터 크릭 원전의 가동 기간 연장 조건으로 '새로운 냉각탑 설치'를 요구하자, 경제성을 따져본 뒤 원전 가동을 중지하기로 결정하바 있다.

WP는 이와 함께 "일본 대지진 사태 이전에 원자력 르네상스 분위기는 이미 암초를 만났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셰일암층의 천연가스가 신(新) 에너지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원자력 에너지쪽으로 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던 차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셰일암 천연가스는 원자력 에너지에 비해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원전의 안전성 논란까지 증폭될 경우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