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공식집계 의미없어..최대 수만명까지 추정
재산피해 100억-2천700억달러까지 전망
일각에선 日경제 탄력성 부여효과도

일본 사상 최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 참사가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규모 9.0에 달하는 이번 지진은 일본 본토지반을 2.4m 이동시키고 지구의 자전축도 10cm 움직였다는 추정분석이 나올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를 과시했다.

웬만한 지진에도 끄덕없다며 '안전천국'을 자랑하던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도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신화의 허구'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대지진과 쓰나미의 공포에 떨던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는 이제 연쇄적인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폭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발생 이틀이 지난 3월13일 대지진의 규모를 당초 발표했던 8.8에서 9.0으로 수정했다.

1900년 이후 지구상에서 4번째로 강력한 지진이다.

사상 최악의 재난리스트에 오를 이번 참사로 인한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확인불가'이다.

◇수만명 추산 인명 피해 =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7일 오전 0시 현재 사망.실종자는 총 1만2천920명으로 집계됐다.

또 도호쿠 지역 8개현의 2천100곳 이상에서 피난소 생활을 하고 있는 피난민은 약 41만6천명에 달한다.

사망자의 경우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宮城)현에서 2천444명, 이와테(岩手)현에서 1천482명, 후쿠시마(福島)현에서 533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는 이와테현에서 3천318명, 후쿠시마현에서 2천919명, 미야기현에서 2천362명 등이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공식집계일 뿐이다.

쓰나미로 인해 순식간에 사망한 후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과 연락두절된 행방불명자가 아직 수만명에 이르러 사망자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에서는 아직도 8천여명 주민들에 대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미야기현에서는 지난 15일 2천여명의 안부를 확인했다.

피해가 큰 지역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 역시 1만7천여명의 소식이 두절된 상태다.

특히 일본에서는 실종자란 표현을 거의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언론의 추정치와 큰 차이를 보이곤 했다.

행방불명자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감안해 한때 일본 일부 언론은 사망자가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가장 보수적인 일본 경찰측 통계에서만 이미 사망자와 실종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도 엄청난 피해다.

이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의 공식집계 수치를 넘어선 것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이상의 피해라고 '과장'섞어서 말하고 있다.

간토 지진의 경우 규모는 7.9로 이번 지진보다 약했지만 무려 14만2천807명이 희생됐다.

당시에는 내진 설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망자나 실종자, 부상자뿐 아니라 외상환자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질 오염에 따른 질병확산도 걱정된다.

게다가 방사능 누출에 따른 피폭 피해는 더욱 우려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해 현재까지 190명 이 피폭된 것으로 확인됐고, 앞으로 그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자로 노심의 융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방사능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피해, 고베대지진 1.6배 달해 = 일본의 지진 피해가 차츰 드러나면서 재산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피해상황을 집계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1995년 고베 대지진보다 1.6배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재산피해 규모는 최소 100억달러에서 1천억달러(재난관리업체 EQECAT), 심지어 2천달러(골드만삭스), 2천700억달러까지 거론되고 있다.

보험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아무래도 보수적 피해규모가 나오고, 산업계 전반에 미친 부정적 피해상황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된다.

당초 주요 피해지역이 농업이나 임업이 주력인 지역이어서 경제적 피해가 고베 대지진 때보다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원전 폭발과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 파괴, 전력.물 부족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피해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UFJ증권과 스위스 사라신은행은 경제 피해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일본 GDP가 5조4천742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최대 2천7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산이다.

실제로 도요타와 혼다, 닛산, 소니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및 전자업체들은 지진 이후 일부 조업을 중단했고, 원전과 화력발전소, 정유시설도 일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의 전력 생산량은 15만1천969MW(메가와트)로 이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2.2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가동을 중단했거나 검사중인 원전은 7곳에 달한다.

이들이 생산해온 전력이 1만8천387MW다.

지난 2007년 니가타 지진 당시 가동을 중단한 자시와자키 원전 복구에 1년10개월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원자로 격납용기 파손으로 핵연료봉 노심용해 가능성까지 제기된 후쿠시마 원자로 재가동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으로 인해 전부, 또는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건물만 최소 2만채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천800억달러를 투입해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일본의 전반적인 산업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경제 전망도 어두워질 가능성이 있다.

메릴린치는 지진 이후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을 당초 1.5%에서 1%로 0.5% 포인트 낮췄다.

JP모건도 조만간 올해 일본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 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일본 경제의 침체가 자칫 세계 경제에도 '쓰나미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긍정적 신호도 있다.

이번 지진 피해 복구 노력으로 일본 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자에서 "지진과 같은 재난은 일본 국민들의 단합으로 이어져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비자심리 지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일본 경제에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1995년 고베 지진은 일본 경제성장률의 2.5%에 해당하는 10조엔의 재산피해를 남기고 일본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줬지만 종국에는 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FT는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