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들의 군사개입이 이뤄지면서 중동의 반정부 시위가 종파 간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알자지라방송은 사우디 정부가 바레인의 요청에 따라 14일 1000여명의 병력과 무장차량 150대,구급차 지프 등 군용차량 50대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바레인의 정정 불안이 걸프협력협의회(GCC) 회원국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군 파견 배경을 설명했다.


GCC 회원국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왕정국가다. 회원국 규약에는 '회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GCC 회원국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우디가 군대를 파견하자 UAE도 경찰 500명을 바레인에 파견했다.

바레인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외국의 군사개입이 이뤄지면서 중동 반정부 시위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는 수니파인 알 칼리파 가문의 200년 가까운 권력 독점에 불만을 품은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다. 시아파는 바레인 전체 인구 71만명의 약 70%를 차지한다.

외신들은 사우디의 병력 파견에 대해 "시아파 시위가 사우디 동부 지역인 알 카티프,호푸프 등 바레인과 인접 지역까지 확대되자 바레인처럼 수니파 왕국인 사우디로서는 시아파의 움직임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사우디군의 바레인 진입에 시아파 국가 이란은 즉각 반응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바레인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폭력과 물리력을 동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바레인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하는 등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레인의 시아파 지도자들은 사우디의 군사개입을 "전쟁 상태로 몰고 가는 점령"이라고 비난했다.

바레인을 둘러싼 종파 간 긴장 고조에 미국은 환영도 비난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다. 미국은 바레인 사우디의 우방국이면서 이란과는 외교적 거리를 두고 있다. 심지어 바레인에는 미국의 해군 제5함대가 배치돼 있다. 토미 비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의 군 파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GCC 국가들이 바레인 국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제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바레인 국영 TV를 인용해 바레인 정부가 이날 3개월짜리 계엄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보안군 관계자는 사우디 군인이 바레인 반정부 시위대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 수니파ㆍ시아파

수니파와 시아파 두 종파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 사후 이슬람 공동체의 수장인 칼리프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수니파는 초기 4명의 칼리프를 모두 정통으로 인정한 반면,시아파는 무하마드의 사위인 4대 칼리프 알리만을 정통으로 본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80~90%가 수니파,나머지는 시아파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