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진은 처음" 충격…통신.지하철 끊기고 시민들 공원 긴급 대피
"여자들 울부짖으며 뛰어나가…편의점에 도시락도, 물도 없다더라"
日에 친척 둔 지인들 `연락 두절'

사건팀 = 11일 오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 여파로 도쿄 등 일본 현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에 사는 교민 또는 현지인들은 연합뉴스와 어렵게 연결된 전화 통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도쿄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으나 휴대전화로는 연락이 거의 닿지 않았다.

도쿄 니혼다시에 사는 최훈(38)씨는 20여 차례 시도 끝에 연결된 통화에서 "근무지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후 3시30분께 선반에 물건이 떨어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작은 지진은 많이 느껴봤지만 이렇게 강력한 지진은 처음이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이어 "여자들은 울고 소리지르고 사람들이 건물에서 뛰어나갔다.공원 대피소에는 1천 명이 모였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여진도 30분 가까이 계속됐고 지하철도 멈춰 서 걸어서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최씨는 덧붙였다.

최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도 "올해 63살인데 이런 지진을 경험하기는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쿄 아사쿠사에 머무는 민박집 종업원 박준호(21)씨도 "근무 도중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멈췄다.이곳은 큰 피해가 없지만 투숙객들이 전반적으로 불안해하면서 다들 로비에 내려와 뉴스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유학생활 중인 우순보(30)씨 역시 스마트폰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통한 인터뷰에서 "영화처럼 사람들이 밖에 나와있고 전철이 멈췄다.

휴대전화가 안 돼 공중전화 옆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고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엄청나게 길게 줄을 서 택시를 탄다"고 전했다.

우씨는 그러나 "사람들이 침착하고 조용하다.이곳의 백화점은 정상 영업하고 있고 자가용 등은 정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해 피해 정도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진 당시 도쿄 신주쿠에 있는 아파트 2층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로 일을 하던 중이었다는 일본인 하시오카 유미코(26.여.번역가)씨는 인터넷 전화로 "이치하라에서 1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걱정이 된다"며 "서둘러서 컵라면 등 식량을 사 왔다.친구가 편의점에 가보니 도시락도 다 떨어지고 물도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철과 버스가 2시간째 멈춰 있다"며 "핸드폰이나 유선전화도 되지 않아 친구들과 트위터로 연락 중인데 한 친구는 지진 당시 지하철에 타고 있다 2시간 동안 갇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에서 만난 나카지마 준코(34.여)씨는 "일본 시바에 사시는 어머니한테 메일이 왔는데 집에 있는 TV가 넘어졌다고 한다.친구는 아파트 안에 있는 공원으로 대피했다는 내용도 있었다.어머니가 걱정된다"고 안절부절못했다.

인터넷상으로도 도쿄 현지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sou*****는 "도쿄 지진 발생. 전 역과 역 사이 지하철 안에 갇혀 있었는데 진동이 장난 아니네요.지금 지상으로 올라와 보니 전화 불통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아직도 울렁거려요"라고 적었다.

@masa******는 "죽는 줄 알았다.인생에서 이런 지진은 처음이다"라고 했고 @kma********란 아이디를 쓴 트위터 이용자는 "일본 지진으로 전화, 휴대전화 모두 안 된다고 한다.도쿄에 있는 지인이 스카이프로 연락 왔다"라고 전했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트위터에도 지진 발생 직후부터 일본에 사는 교민들이 글을 올리며 실시간으로 급박한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아이디 'Jiho_B'는 "여긴 도쿄인데요.전화는 불통이고 모든 전철도 멈춘 상태라 역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라고 적었고 'meteor1127'은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텔레콤센터란 곳에서 불이 났고 여기저기 주택가와 치바에 있는 가스 회사에서 크게 불이 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시민과 일본인 대다수는 일본에 사는 친인척과 지인을 비롯해 무역회사, 숙박업소 등으로 연결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뚜뚜뚜' 통화 중 소리만 나고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강모(28)씨는 "일본에 사는 지인이 걱정돼 계속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무사하다는 소식만 들었다.전기도 유선 전화도 다 끊긴 상황이라 한다"고 말했다.

김혜진(33)씨도 "일본에 아는 친구들이 많아 전화를 다 돌려봤는데 일본어로 '전화 회선이 연결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반복해 들린다.상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