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글자 뺐다가 낭패 본 특강법 재개정

지난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법 개정으로 재범을 저지른 강간살인·강간상해범의 형량을 줄어들게 해 논란을 빚었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이 결국 재개정됐다.

1일 법무부와 국회에 따르면 특강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대통령의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원래 특강법 제2조 1항 3호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범한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준강제추행, 미수범, 미성년자 간음·추행`의 죄 및' 강간치사상"으로 규정돼 있어 강간치사상범은 흉기 소지 여부 등에 관계없이 형집행이 끝나고 3년내 재범하면 형을 2배로 가중하고 10년내 재범하면 실형을 선고토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법제처와 법무부가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특강법 조문을 가다듬으면서 강간치사상 앞에 있던 `의 죄 및' 부분을 삭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법조항에서 세 글자를 빼는 대신 가장 마지막에 있던 강간치사상을 강간상해·치상, 강간살인·치사로 바꿔넣자, 앞에 나열한 죄와 마찬가지로 취급돼 흉기 소지나 2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에만 특강법으로 처벌받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강도상해죄로 수감됐다 출소한지 9년 뒤에 강간상해를 범한 피고인에게 "법 개정으로 단순 강간상해죄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특강법에 따라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이같은 특강법 적용범위의 축소는 법무부의 개정안 검토 과정이나 국회 입법과정에서 제안되지도 않았고 논의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법 개정의 문제점을 인식한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 등이 강간상해·치상이나 강간살인·치사죄는 흉기소지 여부 등에 상관없이 특강법이 적용되도록 다시 개정안을 냈고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해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운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는 형법 조항에 따라 이번 개정법 시행 전에 강간치사상을 저지른 이들은 특강법이 적용되지 않아 가중처벌을 피하게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도하지 않게 적용범위가 줄어들었던 특강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며 "이번 개정법 시행전의 단순 강간치사상범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실제 해당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