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을 털어내고 자본을 투입한 '가교저축은행'인 예나래저축은행 매각에 실패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교저축은행도 시장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실이 훨씬 큰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 합병(M&A)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저축은행 매각이 자산 · 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예보기금을 통해 순자산 부족분을 대부분 메워주게 되는 만큼 금융지주,제2금융권 등이 경쟁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인수 시점에서의 부실만 어느 정도 해소될 뿐 추가 부실은 인수자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단계 시나리오는?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2월 문을 닫은 7개 저축은행(부산 · 대전 · 부산2 · 중앙부산 · 전주 · 보해 · 도민)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94개 저축은행을 구분해 '투트랙(two-track)'으로 2단계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달 들어 영업정지된 7곳은 대주주가 자본확충,유상증자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면 영업정지 기간(6개월) 중에라도 영업재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대주주인 보해양조가 740억원을 추가로 증자할 예정인 보해저축은행이 영업 재개에 성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나머지 7개 저축은행은 워낙 부실이 커 자구노력에 실패할 경우 최소 3~4곳 정도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직원들을 파견해 작년 말 기준 재무제표 등이 믿을 만한 수치인지 여부 등을 정밀 검사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인 94개 저축은행은 하반기부터는 상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급격한 예금인출이 없으면 부실을 이유로 상반기에 영업정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상반기 실적이 공시되는 8월 말께는 추가로 영업정지되는 곳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실 대형 저축은행,시장이 받아줄까

이번에 영업정지된 7곳 중에서는 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3~4곳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문제는 삼화저축은행보다 이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당국의 압박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의향을 밝혔던 금융지주사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의향이 있는 금융회사들은 PF 부실이 큰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 매물에 대해 최근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알려지지 않은 PF 대출 부실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입찰에서 예컨대 순자산 부족액 가운데 20% 정도를 떠안고 80%를 예보기금으로 메우더라도 추가로 드러날 부실은 고스란히 인수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웅진그룹은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드러나지 않은 PF 부실을 정리하느라 1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고,한화그룹 역시 새누리저축은행에 258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삼화의 경우 실사 기간이 짧아 인수 후보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충분한 실사 기회와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대형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공동계정 잘 될까

2단계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충분한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6개 권역별로 돼 있는 예금보험기금 내 계정에 별도의 공동계정을 만들어 부실 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 투입할 최대 10조원 규모의'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해둔 상태다.

하지만 예보 공동계정에 대해 여야 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권 부실을 해결하는 데 국민의 혈세 보다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금융당국 및 여당과 달리 민주당 등 야당은 공적자금을 조성해 투입해야 감독부실 및 대주주의 탈법 ·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28일과 3월9일 잇달아 열리는 국회 정무위에서 예보 공동계정이든 공적자금 조성이든 재원확보를 위한 합의에 실패할 경우엔 당국의 2단계 구조조정 추진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