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처방이 질환보다 더 나쁘다는 게 드러나"

정부의 재정 긴축에 항의하는 그리스 노동계가 올해 들어 첫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그리스 공공·민간부문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23일(현지시각) 임금ㆍ연금 삭감, 대중교통 공기업 구조조정 등 정부의 긴축 조치들에 항의, 24시간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으로 버스, 전차, 페리, 철도 등 그리스 전역의 대중교통 서비스가 중단됐고 국립학교와 은행 등도 문을 닫았다.

또 국제ㆍ국내선 항공 운항도 정오부터 4시간 동안 중단됐다.

야니스 파나고풀로스 GSEE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10개월 간 (국제통화기금 등과 약속한) 긴축 처방들을 이행했지만, 이 처방들은 치료하려던 질환보다 더 나쁘다는 게 충분히 입증됐다"며 정부의 긴축 조치들을 반박했다.

앞서 그리스 의회는 지난 15일 대중교통 공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 중 2만6천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아테네 도심에서 집회를 벌인 뒤 `부자들에게 굴복하지 말고 싸우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의사당 앞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거리 행진은 일부 청년층이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이에 맞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면서 산발적인 충돌이 불거졌지만 크게 다친 사람들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7차례에 걸쳐 동시 총파업을 벌인 바 있고, 올해 들어서도 업종별 파업은 끊이지 않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정부는 재정 긴축 조치를 통해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4%에 달한 재정 적자를 지난해 9.4%로 낮춘 데 이어 올해는 이를 7.4%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다.

강도 높은 긴축 조치가 잇따라 시행되는 가운데 그리스 경제는 지난해 4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고, 실업률도 13.9%(작년 11월 기준)로 1년 전보다 3.3%포인트 급등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