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가 소수 주도주만 상승하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였다면 올해는 더 적은 종목만 오르는 '니프티 트웬티(nifty twenty)'가 될 겁니다. 상반기까지는 투자 종목을 압축하고 매매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권합니다. '니프티 트웬티'에 들어갈 우량주만 적금하듯 모아야 합니다. "

권정호 모아인베스트 대표(46 · 사진)는 시장이 어려울수록 '무식해지자'고 강조했다. 믿을 수 있는 종목만 바구니에 담고,느리지만 확실한 수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는 "투신이 매수 주체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까지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저평가된 실적주 위주로 접근한다면 분명히 빛을 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니프티 피프티'는 1970년대 초반 미국 증시의 대세 상승국면 말기에 나타났던 대형주 차별화 장세를 말한다. 기관 매수가 몰리면서 시가총액 상위 50여개 종목이 시장 평균보다 월등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코스피 2000시대를 주도한 것은 소수의 대형 우량주였다. 권 대표는 앞으로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외국인 매수세 약화 등으로 종목별 차별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봤다. 여러 종목을 자주 매매하기보다는 '한우물'을 파는 게 효과가 높은 시점이란 얘기다.

1992년 마이에셋자산운용에서 주식투자에 입문한 그는 2001년 모아인베스트를 설립하면서 주식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잘 아는 종목을 오래 투자하라"는 그의 '신가치투자' 원칙은 너무 당연해보여 스스로도 "큰 인기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도 입문 시절에는 작전주에 들어갔다가 1년도 안돼 투자 종목이 상장폐지를 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권 대표는 "그 이후로 '망하지는 말자'는 결심으로 한국통신 주식을 1998년부터 조금씩 사들였습니다. 통신주 상장과 뉴밀레니엄 붐 속에서 주가가 4만원대에서 17만원대로 뛰었고 그 차익으로 집도 샀습니다. 뚝심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지요. 2004년 현대건설을 추천종목에 올린 후 3년간 빼지 않았습니다. 1만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그동안 8만원대로 올랐습니다. "

현대건설 이후 그가 지속적으로 추천해온 종목 중 하나는 삼성전기다. 2007년 무렵만 해도 삼성전기는 적자를 낸 탓에 삼성그룹 계열사 중 찬밥 대접을 받았던 회사였다. 하지만 3~4년만 지나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아지면 부품주가 수혜를 입고,일본이 독주했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 구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LED(발광다이오드) 산업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장기투자 대상으로 매력이 확실해보였다. 당시 3만원대에 갇혀 있던 삼성전기 주가는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15만원대로 뛰었다.

그는 "좋은 주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대형 성장주들이 첫 번째 대상이다. 기본적인 기업가치가 높으면서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특히 그는 영업이익률을 많이 참고한다. 그는 "복잡한 차트 분석을 주식 공부의 끝으로 봐선 안 된다"며 "1년에 네 번 나오는 기업 분기 실적을 꼼꼼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주가 그래프를 보면 고점 대비 부진한 포스코가 가장 싼 것 같지만,이런 식으로는 10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같은 종목을 놓치기 쉽다는 얘기다.

"주가 그래프의 윗부분이 비어있는 종목,즉 고점 대비 급락하지 않은 종목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종목 대다수가 이런 유형들이에요. 목표가나 지지선을 설정하기 어려워 차트가 의미가 없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도 싸든 비싸든 실적 좋은 우량주를 보유하는데 이를 따라가는 셈이죠."

종목을 고를 때는 우선 그룹 내 대표주를 찾아본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현대차를 따라잡고 있는 기아차,LG그룹에서는 업황 호조에 힘입어 위상을 높이고 있는 LG화학을 주목하는 식이다. 과거 '어떤 업종이 좋으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업종 가운데 무슨 종목이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업 체질이 개선되면서 경기 흐름처럼 외적인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굳이 업종을 나눈다면 내수주는 아직 비중을 늘릴 때가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국내 가격압박에서 자유로운 수출주가 여전히 대세라는 설명이다. 주가가 오르면 증권주가 유망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는 오히려 지주사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자회사 주가가 오르면 지주회사가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시장은 하반기에나 좋아질 것으로 봤다. 펀드 자금 유출로 증시에서 발을 뺀 투신이 다시 돌아와야 대세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우량주와 향후 재평가가 기대되는 옐로칩을 사놓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좋은 종목이라도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금언을 늘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