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2년 전 국회를 통과한 재외국민 투표 관련법을 놓고 뒤늦게 논란을 벌이고 있다.

2007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국회는 2009년 2월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와 본회의를 거쳐 공직선거법 등 3개 법안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19세 이상 모든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주민등록이 있는 일시체류자는 물론 국내 거소신고를 한 영주권자에게도 외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개특위 위원이었던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8일 "여야 합의 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재외국민은 비례대표에 한정해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도대체 누가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어떤 경로로 관련 조항을 끼워넣은 것인지 당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정부 여당이 재외국민의 지역구 투표권을 허용하려는 것은 표를 절도하려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해당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야가 함께 구성한 정개특위에서 협의를 통해 만든 내용"이라며 "당시 여야의원 163인의 찬성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로 개정한 것인데 이제 와서 누군가 관련 조항을 끼워넣었다고 말하는 것은 수업시간에 잠자고 있다가 배우지 않은 문제가 시험에 나왔다고 핑계대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여야는 또 주민등록이 말소된 국외 이주국민에게 주민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모든 영주권자에게 지역구 투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올려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원내대변인은 "주민등록법 개정 목적은 이민자가 국내 금융거래 등 경제활동의 편의를 도모하자는 것"이라며 "정부 여당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투표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직자선거법과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재외국민에게 부분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권을 주는 것을 두고 뒤늦게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회에서 심도있는 심의와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데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재외국민의 표심잡기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재외국민 중에서 국내 거소 신고자는 6만4천여명, 일시체류자는 150만여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이한승 기자 kje@yna.co.kr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