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잔재있어..권력구조 손봐야" 의견 잇따라

한나라당 주류 친이(친이명박)계의 개헌 추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 잇따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친이계 좌장 격으로 개헌 논의를 이끄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6일 친이계 의원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간담회에 참석, "유신헌법 이후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관계가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관료적 관계가 됐다"면서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다"며 개헌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유신헌법의 잔재를 꼽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측근 이군현 의원의 개헌 토론회부터 박 전 대표의 선친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단행한 개헌의 결과물인 유신헌법을 자주 거론,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을 낳고 있다.

또 '내일로' 간담회에서는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은 물론 권력구조 역시 시대에 맞지 않는 만큼 손을 봐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권력구조 개편은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현행 대통령제를 이원집정부제 등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논의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대통령 4년 중임제의 소신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벌써 대통령이 다됐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친박(친박근혜)계는 퍽 불편한 모습이다.

영남권의 한 친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신헌법이니, 권력구조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개헌논의의 의미는 퇴색한 것"이라며 "주류가 그런 생각이다보니 순수한 뜻이라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헌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개헌을 대통령이나 특임장관이 앞장서 하겠다고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며 "지금 당 내부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선 친이.친박 특별한 차이가 없고 일부 의원들이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일 뿐이다.

계파가 아니라 특정 세력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