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는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면서 150억~350억달러를 챙겼다고 한다. 항공 택시 유료고속도로 국민차생산 정보통신 등 돈 되는 사업 대부분이 수하르토 일가로 들어갔다. 이들 기업의 탈루 세액이 25억~100억달러라는 조사도 있다. 오죽하면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주식회사라는 소리까지 들었을까. 그런데도 재산을 거의 빼앗기지 않았다. 수하르토는 물러난 뒤에도 자카르타 저택에서 '천수'를 누리다가 2008년 사망했고,자식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20여년 집권기간 중 50억~100억달러를 축재했다. 그의 부인 이멜다는 보석류만 3억1000만달러어치를 소유했을 만큼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 마르코스는 스위스 등에 50여개의 재단을 만들어 재산을 빼돌렸지만 2003년까지 고작 6억8000만달러만 토해냈을 뿐이다. 찰스 테일러 전 리베리아 대통령은 세금을 버젓이 자기 은행 계좌에 집어넣었을 정도로 후안무치했다. 대통령 월급은 2만4000달러였으나 다이아몬드 광산,국영전화회사,목재회사 등을 장악해 거액을 챙겼다. 2003년 축출된 테일러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감옥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은 32년 재임기간 나라에 들어온 외자와 지원액의 40%를 집어 삼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르는 1인당 GDP가 100여달러에 불과한 극빈국이었다. 그야말로 대통령이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은 셈이다. 우리도 두 전직 대통령에게서 추징금의 상당액을 아직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로 거센 사임 요구를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70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산을 불렸다고 한다. 영국과 스위스은행 비밀 예금,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홍해 일대 부동산 등에 숨겨져 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재자들이 해외로 빼돌리는 돈은 연 400억달러,은닉 자산총액은 1조4000억달러에 이른다.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건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분쟁과 폭력사태까지 초래한다. 정권이 부패하기 전에 국민의 힘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