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언론 "양부모들이 총리 유혹하도록 부추겨"

모로코 출신 10대 벨리댄서와의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회계사는 20일 베를루스코니가 섹스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허락했다고 밝혔다.

dpa 통신에 따르면 회계사 주세페 스피넬리는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돈에 쪼들리는 학생들이나 혼자 애를 키우는 미혼모들에게 준 돈들은 베를루스코니의 승인 하에 건네진 `자선 기금'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스피넬리는 "우리는 어떤 날엔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단체를 돕기도 했고, 또 다른 날에는 임대료를 못 내서 고민하는 학생을 돕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피넬리는 베를루스코니의 지출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인물이며, 밀라노 검찰은 스피넬리의 장부 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피넬리는 총리로부터 돈을 받은 여성들의 수가 과장됐다며 "하루 일과 중 여성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은 1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스피넬리는 총리와의 매춘 의혹을 받고 있는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에 대해서는 "루비는 매우 고집이 셌다"며, 루비가 자기 사무실에 찾아와 택시비로 50 유로를 받아간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베를루스코니의 승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공개한 통화 내용에 따르면 루비의 양부모와 형제 등 가족들이 루비에게 총리를 유혹하하라고 적극 부추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간지 라 스탐파는 "탐욕스런 양부모들은 도덕적인 질병의 상징같은 인물들"이라며, 루비의 양부는 `(총리와의 사이에) 다른 여자가 생기게 되면, 그 다음엔 또 다른 여자가 네 앞에 있게 된다.

정신차려'라는 충격적인 충고를 루비에게 했다고 보도했다.

또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부모들이 루비에게 한 조언 속에는 딸의 덕성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다"며, "한 남자 형제는 루비에게 `총리는 너와 나, 엄마 등 우리 모두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개탄했다.

총리의 미성년 매춘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한 이탈리아 일간지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모든 이탈리아 여성들이 젊고 예쁜 매춘부나 쇼걸이 아니라고 항의하는 캠페인에 2천 명이 넘는 여성들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중도좌파 야당인 민주당과 가까운 일간지 우니타(L'Unita)가 후원하는 캠페인의 제목은 `나쁜놈(Basta!)', `이제 그만(Enough)' 등으로, 20일부터 시작됐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