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설립된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보수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이 재단은 '작은 정부,친(親)시장'을 내세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경제정책 토대를 제공한 연구기관으로도 유명하다.

에드윈 J 풀너 박사(70)는 1977년부터 33년 동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이 연구소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싱크탱크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까지 100회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 정 · 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있는 지한파(知韓派) 인사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한 풀너 이사장은 17일 서울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홍구 전 국무총리,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날 간담회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작은 정부와 친시장이야말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풀너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특히 인터뷰 도중 '시장'과 '작은 정부'가 나오는 대목마다 힘을 주면서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원한 레이거노믹스 신봉자였다.

▼올해는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입니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 레이거노믹스가 부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은 '작은 정부와 친시장(small government,market friendly)'입니다. 1990년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도 레이거노믹스가 있었습니다.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소득세 감세 등을 통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는 레이거노믹스의 상징입니다. "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걱정됩니다. 오바마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부가 아닙니다. 레이거노믹스와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가 시장을 간섭하는 '큰 정부'에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높은 세금과 반(反)시장적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선 공무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작은 정부 지향이란 목표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작은 정부는 언제나 큰 정부에 비해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습니다. 정부 조직이 비대해지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큰 정부는 시장에 항상 간섭하게 마련입니다. 정부 조직은 반드시 작게 가져가야만 합니다. "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집권 초반 레이거노믹스를 내세웠던 부시 전 대통령은 나중엔 시장 친화적 정책을 고수하지 못했습니다.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겪고 있다는 뜻입니까.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이 대통령도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한 경험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 계획했던 시장 친화적 정책들이 퇴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최근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현재 경기 회복세로는 9.4%에 달하는 실업률을 기대만큼 낮추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을 규제하겠다는 도드 프랭크 법안이 대표적입니다. 건강보험 개혁법안도 마찬가지고요. 미국 정부는 시장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간섭하려 듭니다. 정부의 간섭이 계속되는 한 경제 성장은 힘들 것입니다. "

▼최근 미국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미국 법인세율은 '크게(significantly)','빨리(quickly)' 인하돼야만 합니다. 현재 35%에 달하는 미국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1위인 일본도 최근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경제의 엔진입니다.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

▼미국 의회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을 언제 비준할 것으로 보는지요.

"최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올 7월 이전에 미국 의회에서 비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원만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 · 미 FTA에 호의적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 미 FTA는 한 · EU FTA 발효 전에 양국에서 승인되기를 바랍니다. "

▼유로존 재정위기가 새해 들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유럽 재정위기에 미국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럽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독일이 큰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물론 상황이 어찌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입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중국이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야만 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중국의 책임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무력 도발을 포기하고 평화적으로 변하게끔) 압박해야 합니다. "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까요.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전체 에너지의 80%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은 부분 의존합니다. 종속돼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중국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북한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6자회담은 아직 재개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한 후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아직 6자회담 테이블로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3대 세습이 가시화됐습니다. 북한을 개방 · 개혁의 길로 이끄는 것이 가능할까요.

"북한을 개방과 개혁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북한 체제는 언젠가 붕괴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과거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붕괴가 증명합니다. 주민을 탄압하고 독재정치를 펴는 체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간 붕괴할 것입니다. "

▼이번 주에 미 · 중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문제입니다.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라고 중국을 설득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국의 최신형 스텔스기 개발을 비롯한 군사력 증강이 논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왜 군사력을 늘리는지 의문을 표시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나 무역 문제 등이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