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통령 부인의 조카 피살..탱크 곳곳 배치

민주화 시위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전 대통령이 축출된 북아프리카 튀지니에서 폭력 사태와 폭도들의 약탈이 끊이지 않는 등 사회적 불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알-자지라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는 폭도들이 내무부를 경비하던 경찰관들에게 총격을 가해 쌍방 간 교전이 벌어졌으며, 골프채로 무장한 무리가 일종의 `자경단' 행세를 하며 인근 부유층 거주지역을 약탈하기도 했다.

또 벤 알리 전 대통령 부인 레일라 여사의 조카 이메드 트라벨시가 며칠 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결국 숨졌다.

트라벨시는 벤 알리 전 대통령 측근 중 최초 피살자로 기록됐으나 사망 경위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지의 영향력 있는 사업가인 트라벨시는 위키리키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서 현지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인의 요트를 빼앗은 인물로 묘사됐던 장본인이다.

폭도들은 벤 알리 친인척이 소유한 사업체 등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부인 쪽 가족은 은행부터 자동차 판매 회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사위가 세운 제이투나 은행의 한 지점은 폭도들의 방화로 불탔고, 벤 알리 대통령의 친인척이 수입해 판매하는 기아와 피아트, 포르쉐 등의 차량도 방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튀니지 곳곳에 전시됐던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속속 내려지고 있어 23년 간의 철권 통치가 종식됐음을 짐작하고 있다.

푸아드 메바자(77) 국회의장은 15일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할 임시 대통령직에 취임한 뒤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에게 여.야 통합정부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틀 전 내려진 국가비상사태로 튀니스 시내 곳곳에는 군 병력과 탱크가 배치됐으며, 대중집회와 일몰~일출 때의 시내 통행 역시 전면 금지된 상태다.

튀니지를 빠져나가려는 각국 여행객 역시 야간통금 조처로 튀니스 국제공항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는 대기실 바닥에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는 등 난민촌을 방불케 하고 있다.

시내 식당에는 이미 음식이 떨어졌고, 식료품 판매시설 앞에는 과자 한 조각이라도 구하려 몰린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이번 시위로 튀니지 국민들이 아랍 세계에 큰 영감을 줬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대통령 축출은 너무 성급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