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송환 둘러싼 양국갈등 심화 가능성

브라질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케사레 바티스티(55)의 송환 문제를 놓고 양국 간 갈등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하원이 브라질과의 군사협력 협정을 부결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브라질의 해군 함정 건조 지원과 미사일, 레이더 등 군사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 승인 여부를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이탈리아 하원의 이 같은 결정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1일 바티스티 송환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의원 대다수가 강한 불만을 터뜨리면서 예고됐었다.

앞서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브라질과의 경제협력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바티스티 송환을 위해 브라질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바티스티 문제로 인해 양국 간 우호관계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ICJ 제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 "바티스티 문제는 브라질과 이탈리아 정부 사이의 문제"라면서 양국 간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언론은 이탈리아 정부가 ICJ에 제소할 경우 브라질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으며, 브라질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좌익 무장투쟁을 주도한 바티스티는 1977~79년 발생한 4건의 살인사건에 연루돼 1979년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으며 1981년 탈옥, 프랑스와 멕시코 등을 떠돌다 2007년 3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체포됐다.

이탈리아 법원은 1993년 궐석재판을 통해 바티스티에게 종신형을 선고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브라질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브라질 정부가 작년 1월 그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면서 양국 사이에 외교 마찰이 빚어졌다.

이탈리아 하원이 군사협력 협정을 부결시키면서 바티스티 송환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