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임시식당(함바집)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검은 돈이 오간 비리 의혹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데 이어 전 장 · 차관,전 · 현직 공기업 사장,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간부들까지 전방위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여야 국회의원들도 로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비리 커넥션이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혐의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전직 장관부터 일선 경찰 간부까지 광범위한 계층의 공직자들이 일개 브로커의 로비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참으로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이렇게까지 엉망이었나 싶다.

함바집은 건설현장 인부들이 공사기간 동안 식사하는 간이식당이다. 1000가구를 건설하는 아파트 공사의 경우 500명의 인부가 필요하다고 볼 때 식사값이 하루에 400만원 꼴로,공기가 2년이면 함바집은 24억원 수준의 매출과 6억~7억원의 이익은 거뜬히 올린다고 한다.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막대한 금품이 오가는 사례가 빈번한 이유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급식업체 대표이자 브로커인 유모씨는 그동안 로비를 통해 정 · 관계의 인맥을 동원, 주요 건설사로부터 여러 곳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냈고 일부는 웃돈을 받고 다른 업체에 권리를 팔기도 했다. 이런 이권에 고위 공직자들이 주위의 시선을 개의치않고 개입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심지어 일부 공직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버젓이 뇌물을 챙겼다니 기가 막힌다.

무엇보다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4년째에 접어들어 공직자들의 기강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렇지 않아도 공정거래위원회의 1급 고위 간부를 포함, 공직자 200여명이 상습적으로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해왔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자들이 검은 돈에 끌려 본분을 잃는다면 아무리 국정과제와 목표를 잘 세우더라도 제대로 지켜질 리가 만무하다. 검찰이 이번 로비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비리구조를 파헤치고 엄정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아울러 정부는 그토록 강조해왔던 공직사회의 개혁과 기강확립이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닌 지 철저하게 검검해봐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이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이권과 관련한 로비에 휘둘리고 카지노를 전전하고 있는 동안 사정당국과 해당 조직은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의문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직자들의 기강부터 다잡지 않으면 이미 추락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