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매달 집계하는 전세 가격 상승률은 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해 '전세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셋값이 큰폭으로 올랐지만 통계청의 전세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2%대에 머무르는 등 상승폭이 의외로 작기 때문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 전세 가격은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12월 한 달간 전세 가격 상승률도 전월 대비 0.4%,전년 동월 대비 2.9%에 그쳤다.

통계청의 전셋값 상승률이 낮은 것은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금이 오른 가구뿐만 아니라 계약 만료되지 않아 전세금에 변동이 없는 가구까지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매달 전국 37개 도시의 5103가구를 대상으로 전세 가격을 조사한다. 이 중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는 가구는 매달 5% 안팎이다. 재계약 기간이 되지 않은 95%는 가격 변동이 없다.

따라서 5%에 해당하는 재계약 가구의 전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더라도 전체적인 가격 상승률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KB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 전세 가격은 1년 전보다 9.2% 상승했다. 통계청 조사에 비해 체감 시세에 가깝지만 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호가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소는 조사 기간 전세 재계약이 이뤄진 가구에 대해서는 실제로 변동된 가격을 반영하고 재계약이 일어나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한 주변 시세를 반영한다. 재계약 기간이 안 돼 전세금에 변화가 없었더라도 주변 전세 시세가 올랐다면 전셋값이 오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한 금액의 변화를 조사하는 것이 소비자물가 조사의 기본 방향"이라며 "주변 시세가 올랐다고 해서 모든 전세 세입자의 부담이 커진 것처럼 통계를 내는 것 역시 왜곡"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통계청과 국민은행연구소 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한 '전 · 월세 거래정보시스템'을 3월 도입,전국 아파트의 전 · 월세 실거래가를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