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지난 6월 내놓은 그란투리스모(GT ·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라는 의미)는 묘한 차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왜건 등의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여러 명의 탑승자가 많은 짐을 싣고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즐기며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두툼하고 SUV라고 하기에는 날렵한 것이 외관 특징이다. 차체는 큼직하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3070㎜로 7시리즈와 동일하다. 운전자뿐 아니라 뒷좌석 운전자도 편안히 탑승할 수 있는 넓이다. 헤드룸(머리와 천장 사이의 공간)도 SUV X5와 동일한 수준으로 넉넉하다.

트렁크 공간 역시 SUV 이상으로 충분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트렁크 공간이 440ℓ이고 좌석을 앞쪽으로 옮기고 파티션을 제거하면 트렁크 공간이 590ℓ까지 늘어난다. 뒷좌석까지 접을 경우 최고 1700ℓ까지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퍼포먼스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차'라는 고정관념이 깨진다. 1950㎏ 무게의 덩치가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반응 속도가 빠르다. 10여초가 지났을까. 계기판 속도는 어느덧 시속 150㎞를 가리킨다. 이 차에는 터보차저 기술과 고정밀 직분사 방식의 6기통 신형 3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 출력은 306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3초로 스포츠형 세단과 흡사하다.

승차감은 7시리즈 못지않다. 최고급 세단인 760Li에 장착된 8단 변속기가 기본으로 제공돼 변속 충격을 최소화한다. 연비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공인 연비는 ℓ당 9㎞대.교통정체가 심한 도심 구간에서도 ℓ당 7~8㎞ 수준의 실연비를 보인다.

GT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7시리즈 수준의 성능에 실용성을 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형의 가격이 5시리즈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다. 단 고급형을 고르면 가격이 2000만원 이상 높아진다. 고급형에는 차선 이탈 경고 장치,서라운드 뷰 시스템 등 가격에 걸맞은 다양한 프리미엄급 첨단 장치들이 달려있다. 이달 들어 4륜구동 모델이 추가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룸미러로는 운전 중 차량 뒤편의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점 정도가 이 차에서 찾아낸 약점이다. 뒷유리창이 작은 것은 GT 디자인상의 특징으로 세단이나 전통적인 SUV에 친숙한 소비자에겐 어색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