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전략인 모양이다. 본인 부음만 아니면 뭐든 알려지는 게 좋다는 정치인답게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려는.그렇지 않고서야 일국의 여당 대표가 불에 그을린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지 얼마 안돼 다시 "요즘 룸(살롱)에선 자연산을 더 찾는다" 같은 상식 밖 얘기로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 턱이 없다.

실제 '자연산' 발언 이후 포털의 실시간 뉴스 검색 2위까지 올랐으니 효과는 만점인 셈이다. 자연산이란 성형하지 않은 여성을 먹을거리에 빗댄 어휘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썼다는 말로 남녀 구분 없이 기막혀 하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분위기를 띄우려 일부러 가벼운 농담을 한 건데 본래의 뜻과 다르게 일이 번졌다"고 변명한 것도 그렇고, "자꾸 구설에 휘말리니 굿이라도 한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본래의 뜻이란 성형 열풍에 대한 비판이었다는 건데 거기에 왜 룸살롱이 등장한 건지 알기 힘들다. 무심코 튀어나올 만큼 룸살롱 출입이 생활화돼 있다는 건지.

애당초 화제를 꺼낼 때 다른 의원실에서 '일일 보좌관'으로 활동한 걸그룹 멤버를 거론하면서'요즘 연예인들은 성형을 하도 많이 해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겠다느니, 성형 비용으로 1년에 2억~3억원씩 든다더라'고 했다는데 당사자는 물론 연예인들이 들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생각은 안해봤는지도 궁금하다.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일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선'사석에서 한 말을 죄다 보도하는 통에 도무지 말을 못하겠다,농담을 걸고 넘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그들이 집 밖에서 갖는 자리를 사석이라고 보긴 어렵다.

공인(公人)의 말에 힘이 실리는 건 그들이 국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권위 덕이다. 권위란 '당신과 그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최영미 작 '권위란')이다. 보통 사람들은 무심코 말했다 '말이라고 다하는 줄 아느냐'는 소리를 들을까 조심 또 조심한다.

공인,그것도 자타가 인정하는 힘 센 공인일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금보다 더한 무게를 실어야 마땅하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 내뱉으면 시정잡배와 뭐가 다른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