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역 'OB' 대거 2선으로..신설 부회장단 역할 주목

SK그룹이 24일 그룹 주요 계열사와 사장급 중요 보직에 새 인물을 과감하게 기용한 것은 최근 그룹이 봉착한 위기 상황을 세대교체로 타개하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정보통신(IT)의 혁명시대에 SK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OB'들이 한꺼번에 퇴진했다는 점이다.

김신배 SK C&C 부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박영호 SK㈜ 사장이 신설된 그룹 부회장단으로 승진 보임되면서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인 SK텔레콤이 경쟁사의 공세와 새로운 사업모델의 부재로 최근 정체상태에 빠진데다 아스팔트 등 SK에너지의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해외 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현재의 교착상황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하기 위한 돌파구가필요했던 터다.

실제로 이번에 최고경영자가 바뀐 SK텔레콤, SK C&C, SK가스 등은 해외 사업에서 실패했거나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곳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실무형 경영자를 전면에 배치함으로 써 기존 사업의 기술역량을 높이면서 실행력을 강화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나이로 보면 일선에서 물러나 부회장단에 속한 인사들은 50대 후반∼60대 초반인 반면 새로 기용된 사장급 인사는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젊어져 최태원 회장(50세)과 나이대가 비슷해졌다.

이번 세대교체는 이런 그룹내부의 위기의식뿐 아니라 삼성그룹 등 SK그룹이 맞서는 국내 대기업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핵심 경영진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외부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김영태 SK㈜ 기업문화 부문장이 SK㈜ 사장으로 승진하고 박봉균 SK루브리컨츠 대표가 내년 1월 분사하는 정유사업 부문(SK에너지) 대표를 맡은 것도 관행을 깬 인사다.

그간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했었지만 이들은 옛 유공 출신으로 SK그룹 내부 승진인사로 볼 수 있다.

신설된 그룹 부회장단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부회장단은 최고경영자의 경영활동을 돕는 최정예 두뇌 집단으로 직접적인 경영활동 외에도 후계자 발굴ㆍ양성 등 기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만 놓고 보면 일단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그룹 부회장단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김신배ㆍ박영호ㆍ정만원 부회장 등 부회장급 4명과 최상훈ㆍ김용흠 사장 등 사장급 2명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일각에선 이 조직이 일선에서 물러난 고위직 인사의 '전관예우성 퇴로'나 자칫 그룹 의사결정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부회장단을 이끌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룹이 이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이들 가운데 사장에서 부회장급으로 실제 승진한 이는 박영호ㆍ정만원 부회장 뿐인데도 SK그룹은 부회장단에 속한 것만으로도 '승진인사'라고 발표, 격을 높였다.

그룹 부회장단이 SK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집약, 일관된 전략 수행의 컨트롤 타워가 될 것인지 일부의 우려대로 '전관예우'에 그칠 것인지가 SK그룹의 내년 관전 포인트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