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모여 "훈련 언제 끝나나"..추위에 떨기도

연평도 해병부대의 해상 포사격 훈련이 20일 오후 2시30분 시작됨에 따라 서해5도 지역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소청도 등 서해 5도 전역에는 오전 9시를 기해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연평도에서는 오전 9시50분께 주민 대피가 완료됐으며, 현재 마을 전체가 적막에 휩싸여 있다.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면에서 비치해 둔 전기 난로를 쬐며 사격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책을 읽거나 대피소 앞 편의점에서 무료로 제공한 초코파이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주민들은 급히 대피하면서 미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대피소의 낮은 기온에 몸을 떨기도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허겁지겁 대피소로 향했다는 단춘남(47.여)씨는 "집에 있다가 방송을 듣고 설거지도 못한 채 그냥 나왔다"면서 "아침에 안개가 껴서 안 할 줄 알았는데 뉴스에서 훈련한다니까 밥이 안 넘어가더라"라며 긴장됐던 순간의 심정을 털어놨다.

주민 고영선(71)씨도 "방송을 듣고 라디오만 챙겨서 나왔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왔는데 마음이 불안하다"라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는 "어차피 훈련을 할 거라면 빨리 지나가야지, 계속 연기가 되니까 오히려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빨리하고 끝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연평도에 남아있는 주민은 100명. 관공서 직원, 복구 인력, 취재진 등을 포함하면 섬 잔류인원은 280여명이다.

(인천.연평도연합뉴스) 정묘정 송진원 기자 myo@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