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대한 송금 등의 금융거래 업무를 중단키로 했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페이팔 등에 이은 결정으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위키리크스의 자금줄에 압박이 커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BOA는 18일 "위키리크스에 대한 송금이 내부 정책을 위반했을 수 있다"며 위키리크스 관련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BOA에 앞서 비자와 마스터카드,페이팔 등이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으며,이에 반발한 위키리크스 지지자들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BOA가 위키리크스의 생존 자금 및 자신이 미국으로 추방되는 것을 막아 줄 돈을 빼앗으려 한다"며 비난했다.

이번 결정은 위키리크스가 내년 초 미국의 거대 은행 한 곳에 대한 비(非)윤리적 관행 등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고 NYT는 전했다. 어산지는 지난해 BOA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폭로 대상이 BOA가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기밀 공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주일가량 런던 교도소에 갇혀 있던 그는 지난 16일 보석금 20만파운드(3억6000만원)를 납부하고 풀려나 영국 동부 베클스에 머물고 있다. 어산지는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국가기밀 공개 행위에 대해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영국에 체류하길 원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AFP통신은 이날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어산지의 사법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CRS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련 법은 기밀 정보를 외국 간첩에게 건넨 사람이나 간첩을 처벌하는 데 주로 적용돼왔다"며 "정부 고용인의 기밀 폭로로 정보를 획득한 사람이 이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고 명시했다. 또 간첩법 등 국가기밀 유출을 다루는 법이 어산지 기소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기밀 폭로의 의도와 국가안보 훼손 가능성 등을 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