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파괴사태에 충격…국가 불안정의 반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 14일 상.하 양원의 불신임투표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휩쓴 가운데 수도인 로마에서 벌어진 폭력시위 사태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하순부터 로마 원형경기장(콜로세움)과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피사의 사탑 등 유명 관광지에서 벌어진 교육 및 문화 예산 긴축 항의시위와 결합해 더욱 규모가 커지고 과격해지는 양상을 띠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 로마시내 관광 중심지를 무대로 벌어진 시위 과정에서 경찰 57명과 시위대 62명이 부상했고, 시위에 참가한 41명이 체포됐다.

두건을 쓴 시위대는 차량을 불태우거나 진압경찰에 보도블록을 던졌으며, 일부는 경찰을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지아니 알레만노 로마 시장은 이번 시위로 발생한 재산피해가 무려 2천만 유로(한화 약 3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의사당 방어에 집중하는 통에 민간 상가 등의 피해가 더 컸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 소속인 알레만노 시장은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며 "로마시는 이번 시위를 일으키고 피해를 유발한 책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15일 TV 뉴스쇼에 출연, "어제 벌어진 시위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조직적인 훌리건(난동꾼)들에 의해 저질러진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약 2만여 명의 시위대 속에 가담한 2천 여명의 극렬분자들이 폭력사태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매체들은 14일 시위 결과에 큰 충격을 나타냈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끔찍했던 `총탄의 세월(anni di piombo)' 기간이던 1977년 이후에는 볼 수 없었던 시위로 인해 로마가 훼손됐다"고 논평했다.

이른바 `총탄의 세월'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이탈리아에서 좌우익 무장단체의 총과 폭탄을 동원한 테러와 납치가 횡행했던 시절이다.

일 메사제로 신문은 "로마시 일부를 마비시킨 부조리한 폭력사태는 통제되지 않는 반란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하나의 경고 신호"라고 보도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이번 폭력시위 사태는 국민의 소리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고, 국민과 정부 사이에 어떤 공통분모도 발견할 수 없는 이탈리아의 국가적 불안정성을 반영한다"고 논평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