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나랑 같은 방이야"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예비 등록 선수 47명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 23명이 모여 첫 훈련이 시작된 13일, 대표팀 숙소인 서귀포 KAL 호텔 로비.
일찍 도착한 선수들은 로비에 놓여 있는 방 배치도를 보고는 동료 선수들에게 전화로 '누구는 누구와 같은 방'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즐거워했다.

23일까지 11일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한방을 쓰면서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지만 때로는 격려도 해주고 의지도 해줄 룸메이트가 누구인지 선수들도 궁금했던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코칭스태프들이 누가 누구랑 잘 맞을지 고려해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인 1실로 쓰는 12개의 방 배치도를 보면 재미있는 조합이 눈에 띈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윤빛가람(20.경남FC)과 지동원(19.전남드래곤즈)이 한방을 쓴다.

'조광래 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윤빛가람은 올해 K리그 24경기에서 6골, 5도움의 성적을 냈다.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막내였던 지동원은 K리그 22경기에서 7골을 넣고 어시스트 3개를 기록했다.

기록으로는 윤빛가람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아시안게임 3-4위 결정전 이란과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후반 막판에 연달아 두 골을 몰아치며 대형 트라이커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같은 포지션 선수를 묶어 방에서도 경쟁을 이어가게 한 커플도 많다.

처음 발표된 서귀포 소집 명단 24명에는 빠졌다가 뒤늦게 발탁된 이용래(24.수원삼성)는 같은 미드필더 포지션의 구자철(21.제주유나이티드)과 한방을 쓰고 수비 라인에서 유망주로 주목받는 홍정호(21.제주유나이티드), 김영권(20.FC도쿄)도 동고동락하게 됐다.

공격수를 보면 유병수(22.인천유나이티드)와 김신욱(22.울산현대)이 한방을 쓰며 카타르로 가는 티켓을 얻기 위한 경쟁을 이어간다.

홍명보 감독의 지도로 청소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보경(21.세레소오사카), 조영철(21.알비렉스니가타)이 룸메이트가 됐고 조광래 감독 취임 이후 대표적인 '깜짝 발탁' 케이스인 김주영(22.경남FC)과 이상덕(24.대구FC)도 같은 방을 쓴다.

김주영은 일반 팬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9월 이란과 평가전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뽑혔고 이상덕 역시 이번 아시안컵 예비 등록 선수에 발탁돼 많은 팬이 '누구냐'고 궁금증을 나타냈던 선수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 중인 골키퍼 정성룡(25.성남일화)이 아직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 전지훈련 기간 주장을 맡은 곽태휘(29.교토상가)가 정성룡이 오기 전까지 혼자 방을 쓴다.

(서귀포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