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폭로 이후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이나 방송인들은 위키리크스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영상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 일간 크리크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12일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위키리크스 패러디 8선'을 소개했다.

◇우키리크스(WookieeLeaks) = `우키'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종족이다.

일부 누리꾼은 스타워즈의 세계 속에서 비밀문건이 폭로된 상황을 가정, 영화 속 대사를 그에 맞춰 패러디해 트위터로 주고받고 있다.

일례로 저항군이 제국군의 최신병기 `죽음의 별(Death Star)'을 파괴하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황제와 가까운 소식통은 저항군으로 하여금 죽음의 별을 파괴할 수 있게 한 비극적인 설계상 결함을 자신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식이다.

◇`대테러요원' 데이비드 레터맨 = 어떤 누리꾼은 탁월한 유머감각을 자랑하는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을 외교전문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전문 중 하나는 `데이비드 레터맨: 영향력 대리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요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기를 끄는 미국 코미디나 TV쇼가 현지 젊은이들의 테러집단 가입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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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봐도 된다고?" =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남성으로 뽑힌 방송인 존 스튜어트는 자신이 진행하는 `더 데일리 쇼'에 코미디언 아시프 맨드비를 `고위 정보당국자'로 등장시켜 사생활 침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맨드비는 이 자리에서 최근 미 정부가 각 공항에서 시행한 검색 강화조처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며 위키리크스를 소재로 이를 익살스럽게 비틀었다.

맨드비는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내가 `정보시대'라 이름붙인 시대인데, 모든 이에 관한 모든 것을 알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영광스러운 유토피아적 환경이죠. 그래서 나도 공항에서 여러분의 그것(은밀한 부위)을 보는 겁니다"고 말했다.

◇"푸틴한테 옷도 못 입히면서.." = 뉴스풍자 웹사이트 `어니언(Onion)'은 일부 전문을 인용, "이렇게 위협하고 지원을 제안하고도 블라디미르 푸틴이 외교협상 도중 셔츠를 입게 하는 데는 다 소용이 없었다"고 비꼬았다.

이 사이트는 몇 가지 항목을 더 나열하고서 마지막으로 "미 외교의 사생활 관련 기준은 끔찍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히틀러와 위키리크스 = 아돌프 히틀러의 생전 마지막 며칠을 다룬 독일영화 `몰락(Downfall)'은 히틀러가 등장하는 장면에 자막만 바꿔넣는 식으로 다양하게 패러디됐다.

위키리크스도 그 소재가 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온 한 패러디물에는 히틀러가 위키리크스 때문에 자신이 계획한 어머니 생신잔치가 무산됐다며 한탄하고 있다.

히틀러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불러 `9.11테러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있다'고 꾀자 어산지가 "지겹다"며 좀 더 최근 사안과 가까운 내용을 요구하는 패러디물도 있다.

◇`어산지 사냥꾼' 페일린 = 실제 뉴스를 과장된 애니메이션으로 풍자하는 대만의 넥스트미디어애니메이션(NMA)은 어산지를 테러범에 비교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에게 화살을 날렸다.

NMA는 어산지가 비밀문서를 손에 넣고자 직접 정부 청사에 들어가거나 워싱턴 상공을 나는 비행기 밖으로 비밀문서를 뿌릴 때 페일린이 총을 들고 어산지를 잡으러 뒤쫓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페일린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키리크스 폭로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심어 둔 정보원 명단이 탈레반에게 공개됐다면서 어산지가 "손에 피를 묻힌 반미 정보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생활을 존중합시다" = 방송인 제이 레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에서 어산지가 체포된 일을 거론하며 사생활권의 중요성을 재치있게 강조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오늘 영국에서 경찰에 출석했다고 합니다.

판사가 주소를 물으니 그 정보를 내놓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군요.

뭐, 이해할 수 있습니다.누구에게나 사생활권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해킹은 아무나 당한다? =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자칭 공화당 하원의원' 잭 킴블은 자신의 트위터에 "위키리크스한테서 공격받았습니다.

내 홍보상점에 있는 판매물품의 가격이 죄다 말도 안 되게 싸졌어요"라고 익살을 떨었다.

코미디언 지미 팰런은 "세라 페일린이 줄리언 어산지를 비난하자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이 페일린의 신용카드 정보를 해킹했습니다.

화가 난 세라는 자신의 계좌에 부과된 미심쩍은 요금이 `refundiate(`환불하다'라는 뜻의 `refund'를 바꾼, 사전에는 없는 단어로, 페일린이 지난 여름 트위터에 `거부하다'라는 뜻의 `repudiate'를 `refudiate'로 헷갈려 쓴 데 대한 패러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