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문제는 협상의제 아니다" 주장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됐으나, 진전된 합의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이란 정부가 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료인 `옐로케이크(Yellowcake.산화우라늄)'를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데다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란 과학자 한 명이 최근 암살당한 사건을 놓고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2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협상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P5)과 독일 등 6개 당사국(P5+1)과 이란이 참여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사이드 잘릴리 이란 측 협상대표를 비롯한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5시30분)께 주 제네바 스위스 대표부 옆 국제회의센터에 마련된 협상 탁자에 마주 앉아 오는 7일까지로 예정된 비공개 대화에 착수했다.

대화가 재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외교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핵 무기 보유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화적 목적의 핵 연료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핵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란은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안보와 정치, 경제 등의 협력 방안과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같은 날 국영TV를 통해 옐로케이크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다며 "이로써 이란은 우라늄 탐사에서, 채굴, 옐로케이크 변환, 육불화우라늄(UF6) 변환, 핵 연료판 제조까지 핵 연료 주기 전 과정에서 자급자족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이 유엔 안보리의 핵 프로그램 동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압박과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이란 대표단이 참석한 '마나마 대화 2010'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란은 핵 활동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 능력 확대 작업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은 제네바 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이란에 인접한 아랍국가들이 배제된 점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AFP가 전했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은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왜 서방국가들은 이란 문제가 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고 "이란과의 어떤 해법도 중동지역에서 도출돼야 하며,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협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