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문이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을까. 기존 오프라인 신문사가 태블릿PC용 신문보기 서비스를 세계 각지에서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태블릿PC 전용 디지털 신문을 창간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PC,애니메이션,MP3 플레이어,휴대폰 등 미디어와 정보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꿔온 잡스의 새로운 도전이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더 데일리 2011년 초 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잡스와 머독이 준비해 온 디지털신문 더 데일리(The Daily)가 12월 중 공개된 뒤 2011년부터 본격적인 발간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과 뉴스 코퍼레이션은 몇 달 전부터 뉴욕의 뉴스 코퍼레이션 본사 26층에서 더 데일리 창간 작업을 진행해 왔다. 150여명 규모인 제작진 명단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더 선의 전 온라인 편집장 피트 픽턴이 주필을,뉴욕포스트 전 편집장 제시 안젤로가 편집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도에 따르면 뉴요커의 칼럼니스트 사샤 프레레 존스와 유명 칼럼니스트 리처드 존슨 등도 창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신문이 온라인판과 인쇄판을 별도로 발행하는 것과 달리 더 데일리는 다운로드 형태의 순수 온라인 디지털 신문을 추구한다. 1주일에 총 62페이지 분량으로 가격은 주당 99센트로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에는 미국 국내 소식 위주로 더 데일리의 콘텐츠를 꾸며 서비스한 뒤 점차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머독은 아이패드 출시 초창기부터 태블릿PC가 미디어 산업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가디언은 "머독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데 이번 프로젝트가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태블릿PC는 가족 단위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의 다운로드로 몇 배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 정기 구독 모델 선보일 듯

시장에선 더 데일리 출간에 앞서 애플이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늦어도 내년 1월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iOS 4.3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기구독 기능' 추가다.

즉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매체를 정기구독하기 위한 별도의 결제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업그레이드 OS에 이런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애플과 뉴스 코퍼레이션이 내놓을 '더 데일리'라는 아이패드 전용 신문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재 iOS 기반에서는 결제에 애로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은 앱을 구매할 때 비용을 지불하거나 앱을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비정기적으로 유료 결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신문이나 잡지 등 콘텐츠를 위한 정기구독 결제 방식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 뉴스 시장 본격화

현재 아이패드를 타깃으로 내놓은 인터넷 신문들은 많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USA투데이 등 인터넷 신문뿐 아니라 AP,로이터 등 뉴스통신서비스사들도 디지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BBC뉴스 역시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아이패드에서 제공하고 있다. 잡지사인 와이어드나 타임 등은 일찌감치 아이패드를 겨냥한 뉴스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이 아이패드용 앱을 선보이고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실험적인 수준이고 아직까지 많은 잠재적인 수요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디어 업계에서 이번 잡스와 머독의 더 데일리 창간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음악시장을 재편한 바 있는 잡스가 이번엔 언론사들의 갈증을 풀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 단말기를 통해 이런 유료 뉴스 서비스가 정착된다면 신문 · 방송사들의 뉴스 앱 유료화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태블릿PC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애플이 만든 뉴스가 아이패드 이용자를 장악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미디어의 다양한 변화를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보다는 마치 뉴스도 다른 앱처럼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서비스 개념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OS에 정기 구독 결제 기능을 추가할 경우 안드로이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도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아이패드를 겨냥한 정기구독 모델의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2011년에는 태블릿PC 시장이 더욱 커지고 안드로이드 마켓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디지털 뉴스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