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고 탈도 많았던 제4대 국새(國璽)가 조만간 폐기된다.

행안부는 23일 "최근 복원된 3대 국새를 다시 쓰는 근거 조항이 담긴 '국새규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26일부터 4대 국새를 폐기하고 3대 국새를 5대 국새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대 국새는 몸체에 'Y'자 형태의 금이 생겨 사용이 중단됐으나 최근 다시 쓰려고 한국기계연구원에서 복원됐다.

금이 간 부분을 모두 용접으로 메우려 했으나, 열이 많이 가해져 변형될 수 있고 '국새에 금이 간 것도 역사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균열 부분 끝에 구멍을 내 압력을 분산시키고서 금으로 메운 것으로 전해졌다.

균열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균열의 진행 속도를 늦춘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당장은 균열을 막을 수 있겠지만 계속 압력이 더해지면 금이 다른 경로를 찾아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국새는 제작단장 민홍규씨가 전통기법으로 만들지 않는데다 여기저기 민씨의 이름 등 개인적인 문구가 적혀 있는 사실이 드러나 국가 상징물로서 권위를 상실해 폐기가 결정됐다.

따라서 이 국새는 조만간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의 행정박물 보존서고에 들어간다.

4대 국새가 부끄러운 역사를 간직한 채 창고 속에 갇히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은 문제투성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국새의 '대한민국' 글자 중 '대' 자의 디귿 사이에서 민씨의 한문 이름과 제작 연도인 '二千七年 閔弘圭作(이천칠년 민홍규작)'이 발견됐다.

깜짝 놀란 경찰이 접사 사진을 찍어가며 국새를 정밀 분석하자 국새 봉황의 턱 부분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새겨진 민씨의 성 '민(閔)' 자도 드러났다.

국새 바닥의 이름은 작가가 작품에 적은 사인과 같이 굳이 숨기려 한 흔적이 없지만, 부리 밑 '민' 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챌 수 없도록 암호처럼 새겨져 있다.

이를 놓고 '민씨가 국새의 가장 윗부분에 자신의 성을 새겨 놓아 대한민국을 내려다보려 했다', 국새를 찍을 때마다 국새가 민씨에게 인사하게 했다'는 등의 해석이 분분했다.

민씨는 시방서에 있지도 않은 이상한 문구들을 국새의 훤히 보이는 곳 여기저기에 새겨 놓기도 했다.

봉황 꼬리 안쪽에는 세로로 '태평년(太平年)', '만세새(萬歲璽)'라고 썼으며 손잡이 받침대 부위에는 '太平萬年(태평만년)'이라는 글씨를 적었다.

행안부는 5대 국새를 만들고자 최근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새의 소재를 무엇으로 할지 검토하고 있다.

금속학자 등 과학자들은 현시대의 첨단 금속기술인 티타늄 합금으로 국새를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역사학자와 전각자 등은 전통적인 금합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문위원회의 이견을 조율해 조만간 국새의 소재를 확정하고서 국민공모 등 남은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해 내년 6월까지는 5대 국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