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광고는 그대로 두면서 시청료만 현행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기로 결의한 데 대해 방송계와 시청자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청료 인상 논의의 본질인 공영성 강화 취지는 사라지고,시급한 구조조정 노력도 없이 국민 부담만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시청료 인상 결의는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자신들의 조직이기주의에 파묻혀 상업주의 탈피와 공영성 제고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청료 인상의 기본 전제는 공영성 강화이고,그 핵심이 광고의 대폭 축소 또는 폐지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청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한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이고 공영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아니다.

더구나 KBS는 민영방송인 SBS보다 직원 수가 6배나 많고,이들의 평균급여가 연간 7800만원으로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데도 올해 1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광고수입은 그대로 가져가고 시청료만 더 걷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미디어산업 발전 방향과도 역행한다. 정부는 시청료를 인상하는 대신 광고를 없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수익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와 미디어산업 빅뱅,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을 꾀하는 데 주안점을 둬 왔다. 자칫 이 같은 정책구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KBS는 시청료 인상에 앞서 광고를 줄이거나 폐지하고,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방만한 경영부터 일소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지금과 같은 지나친 상업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시청료 인상은 어떤 명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