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적통성 잇고 경영권 방어도 성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6일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그룹의 옛 영광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이날 공식 발표문을 통해 "채권단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을 놓고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치열한 인수전을 펼쳐온 현대그룹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이었다는 명분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보유지분 8.30%를 확보함으로써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51.7%의 지분을 갖게 됐다.

현대건설이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넘어갔더라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기존의 현대상선 지분 32.29%와 합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상황이었다.

현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그룹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모태기업을 되찾겠다는 현 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와 함께 경영권 방어라는 배수진을 치고 사활을 건 싸움을 벌였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현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현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작고한 정몽헌 회장도 건설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그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나 또한 건설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2006년 8월6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식 때도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로 정몽헌 회장이 지키려고 애썼던 회사이며, 이를 지키려고 자신의 사재까지 털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밝혀온 현 회장은 작년과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 준비는 물론 북방사업 등 신규사업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거나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해 왔다.

인수전이 시작된 이후 취임 7주년을 맞아서는 모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무 완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미시온 쿰플리다(Mision Cumplida)'를 인용하며 현대건설 인수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변함없는 강력한 인수의지가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면서 "현대건설을 우량기업으로 살려낸 임직원들과 함께 건설분야 글로벌 톱5 기업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