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 2차 양적완화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 " "우리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세계 경제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과 견해를 같이한다. "

내년 6월 말까지 6000억달러를 더 풀어 경기를 부양키로 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반발에 부딪쳐 더욱 곤혹스럽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공화당은 내년 초 출범하는 차기 의회와 2012년 대선 때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은 공화당 성향의 경제학자,정치전략가,시장전문가 23명이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철회하라는 캠페인을 이번 주 벌인다고 15일 보도했다. 캠페인은 WSJ와 뉴욕타임스에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광고를 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제학자 중에서는 중앙은행의 금리결정 이론(테일러 룰)을 정립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저서 '금융의 지배'로 유명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공개 서한에서 "FRB의 자산(국채) 구매 방식은 통화(달러) 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 있으며,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이런 양적완화 조치로 고용 증진이라는 FRB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제로금리 상태인 상황에서 자산 매입은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FRB가 향후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매우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추가 통화정책이 아니라 감세,정부 지출 감축,규제감독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중앙은행인 FRB의 독립성을 훼손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23명 중 한 명인 더글러스 홀츠이킨 전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합리적인 통화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뉴트 깅리치 전 하원 의장 등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차기 하원 예산위원장인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은 지난 9일 이들의 '거사' 모임에 참석했다.

이들은 16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공화당계 주지사 모임에서도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공화당은 내년 차기 의회가 구성되면 FRB의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재논의하고,2012년 차기 대선에서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보수진영의 관측이다.

FRB 대변인실은 "FRB는 고용을 확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라는 의회가 부여한 두 가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어 "국채 매입 규모는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면서 "적절한 시기에 이런 통화정책을 되돌릴 수 있는 출구수단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닛 옐런 FRB 신임 부의장은 지난주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FRB가 정치 논쟁에 휩싸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며 "정치적 비난이 무서워 통화정책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는 통화전쟁 일환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자는 게 아니다"면서 "경기가 불투명하고 양적완화 효과가 나타날 경우 이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